『겨울에 핀 꽃이 강하다』는 제목만으로도 한 편의 시가 된다. 그 시는 견디는 것에 대해, 견디며 살아남는 것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성순 시인의 시들은 화려한 수사나 비유보다 진심어린 고백으로 독자 곁에 다가온다.
1부에서는 실패와 두려움, 방황과 고민이 가득한 내면의 여정이 담긴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 속 흔들림을 시인은 담담하게 읊조린다. “실패의 조각들이 모여 더 나은 나를 만든다.” 이 시집은 넘어짐을 수치로 여기지 않고 삶의 한 부분으로 껴안는다.
2부와 3부는 시인의 시선이 사회와 예술로 확장되는 부분이다. 환경 오염, 역사, 예술적 창작에 대한 사유가 담백하면서도 예리하다. 특히 “예술은 창작이다” 연작은 시인의 철학이 가장 깊이 묻어나는 대목으로, 예술을 인간 내면의 진실을 건져 올리는 거울로 그린다.
4부와 5부에서는 고향의 풍경,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의 사색과 회복,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하얀 시간이 내린다”는 표현은 삶이 완전히 멈춘 듯한 정지된 순간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가장 고요한 시구 속에서 오히려 가장 큰 울림이 피어난다.
이 시집은 계절로 치면 겨울, 감정으로 치면 그리움, 메시지로는 "다시 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따뜻한 담요처럼 감싸줄 시집이다. 눈 오는 날, 찻잔 옆에 두고 천천히 음미하기에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