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은 어떠한 기술도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
UX 디자인에서 사용자를 생각하듯이 독자의 경험까지 세심하게 생각한 책
이 책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단어로 ‘사용자’를 꼽을 수 있다.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라는 용어에 사용자라는 말이 포함되니 ‘사람’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는 게 당연한가 싶기도 하지만, AI를 비롯한 기술이 인간의 할 일을 여러모로 대신해주는 지금,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라는 말은 언뜻 빛바랜 듯한 느낌도 든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UX를 기반으로 구현한 UI를 조작하고 사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AI가 당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간편하게 대신 주문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 음식을 맛보는 건 사람이다. AI가 여행 경로를 기가 막히게 짜준다고 하지만, 결국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는 건 사람이다. 요컨대 AI가 인간의 경험을 대신해주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UI/UX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일 수밖에 없고, 좋은 UI/UX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AI가 아닌 사람을 논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UI/UX 디자인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이자 그 역시 한 사람의 사용자로서, 저자는 “답은 사용자의 내부에 존재한다”는 자신의 UI/UX 디자인 철학과 현장의 경험을 책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가상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특별한 콘셉트를 채용해 UX 디자인의 과정을 설명하는 이 책은 디자인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를 ‘뉴스 앱 만들기’라는 가상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 독자는 실제로 프로젝트 담당자가 된 듯한 기분으로 이 책을 즐길 수 있다. 자칫 단조로운 이론서가 될 수 있는 방법론을 UX 디자인의 실제까지 아우르는 특별한 현장 수업처럼 풀어냈다. 이러한 구성 자체로 책의 사용자라 할 수 있는 독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책장을 넘기다보면 ‘사람’을 중심에 두는 UX 디자인의 대원칙을 항상 의식하며 살아온 저자가 독자의 경험을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발주 기업의 웹사이트를 살펴보는 팁처럼 UX 검토를 시작할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놓치지 않고 설명해주는가 하면, 실제 사용자 인터뷰 현장을 견학한 것처럼, 비록 가상의 인터뷰일지라도 사용자가 이야기했을 법한 내용을 상세히 표로 정리해 독자를 프로젝트에 참여시킨다는 콘셉트를 충실히 따른다. 그래서 UX 디자이너나 라이터가 아닌 일반 독자라도 모든 프로세스를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업계의 선배이자 기업의 대표로서 디자인 실무자일 독자에게는 팀 프로젝트에서 협업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진정한 프로가 되기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UX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UX를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UX의 주체로서 누구나 한두 번쯤 ‘회원 가입 과정이 번거로워’ ‘업데이트한 뒤로 사용하기 불편해졌어’ ‘처음 사용하는 앱인데도 다루기 쉬워’ 같은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AI가 아닌, 오직 ’사람’이 생각하고 겪는 사용자 경험이다. 이 책을 만나면 그런 UX의 인간미 넘치는 오묘한 세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자체가 또 하나의 훌륭한 사용자 경험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