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을 담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 속 깊어진 사색
어떤 강은 말없이 흘러도 그 물살에 계절이 실리고, 삶이 담기며, 수많은 이름과 풍경이 스쳐 갑니다. 여기, 대청댐 담수로 지도에서 지워진 이름, ‘사재울강’을 마음속에 품어 온 한 시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재울 강가에서』는 단순한 회고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인이 삶의 여정 속에서 길어 올린 깊은 사색과 깨달음,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대한 진솔한 고백입니다. 강물이 굽이쳐 흐르듯, 인생의 굴곡을 헤쳐 온 시인의 언어는 소박하고 담백하지만, 그 안에는 세월의 흔적과 지혜가 켜켜이 쌓여 독자들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물속에 담긴 고향, 사재울 강가에서 피어난 치유와 희망의 언어
대청댐 건설로 수장된 고향. 시인은 ‘나는 수장된 고향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시를 쓴다.’라고 고백합니다. 지도에서 사라진 이름이지만, 시인의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또렷한 물소리를 내며 흐르는 사재울강은 단순한 지명이 아닌,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치유의 상징으로 다가옵니다. 잊고 지내던 기억들이 어느 봄날 불쑥 물가로 걸어 나와 시인의 펜을 다시 들게 했듯, 시인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각자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는 강을 만나고, 그곳에서 위로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자연과 인생을 아우르는 4부작, 하나의 강물처럼 이어진 시적 여정
이 시집은 네 개의 부로 나뉘지만, 마치 한 줄기 강이 산을 지나 평야를 흐르다 바다로 나아가는 흐름과 같습니다. 제1부 ‘인생’은 시인의 삶의 여정과 세월에 대한 성찰을, 제2부 ‘자연’은 존재와 순환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아냅니다. 제3부 ‘사랑’에서는 인간의 연약하고도 뜨거운 감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으며, 마지막 제4부 ‘고향’은 향수 속에 흐르는 사재울강의 과거와 현재를 그려 냅니다. 각 부는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시집 전체에 하나의 통일된 서정적 흐름을 부여합니다.
절제된 언어 속에 스며든 진심, 눈물처럼 배어나는 인생의 무늬
시인의 언어는 단정하고 소박합니다. 격정을 토로하지 않으며, 때로는 슬프도록 담백합니다. 그러나 바로 그 소박함 속에서 진심이 흘러나오고, 그 담백함 속에서 인생의 깊은 무늬가 배어납니다. “나는 조용히 발을 떼어 / 다시, 길 위에 선다 / 끝이 곧 새로운 시작임을 믿으며”라는 구절처럼, 시인은 과장된 표현 없이 담담하게 삶의 진리를 응시하며 독자들에게 짙은 여운과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힘을 선사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흐르는 ‘고향’을 찾아서
『사재울 강가에서』는 단순히 한 시인의 회고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물속에 잠긴 고향의 전설, 그곳을 살다 간 사람들의 이야기와 한(恨), 무심한 풍경 속에 스며 있던 따스한 온기를 붙잡아 시로 엮은 결과물입니다. 이 시집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흐르고 있는 ‘고향’의 이야기이며, 그 강가에서 마주친 자신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기도 합니다. 시인의 말 없는 강이 전하는 이야기가 독자들의 마음에 닿아, 잊고 지내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