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리헌석 문학평론가의 해설에서 따옴)
#1 - 작품 「설날 아침」에서 그는 〈몸과 마음에/ 소리도 없이 온 삼시 감시하며/ 시린 가슴으로 지새우는 섣달그믐 밤을 지나/ 몸을 씻는 설날 아침〉을 맞습니다. 〈소리도 없이 온 삼시〉에서 ‘삼시’가 의미하는 내면적 진실이 궁금할 터, 이는 시간에 해당하는 ① 삼시(三時)거나, 신(神)으로서의 ② 삼시(三尸)일 터인데, ②로 봄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삼시(三尸)는 〈설이나 추석 등 제사를 지낼 때 신위 대신으로 모시는 부적이나 신물〉의 대유(代喩)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전통과 현실에 맞추어 살아가는 시인은 ‘현실적 흔들림’과 ‘정서적 흔들림’을 통섭(通涉, Consilience)하여 아름다운 시를 빚습니다.
#2 - 문병과 간병을 위해 둘러선 자손들에게 〈점점 약해져 가는 어머니〉께서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덕담을 하십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속담을 되새기며, 시인은 어머니의 사랑을 회상합니다. 자손들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환우들을 보살피는 간호사의 사명, 피 상담인에 대한 카운슬러로서의 오롯한 자세 등이 결합하여 김유미 시인은 인도주의가 내면화된 분입니다.
#3 - 별이 된 사람은 김유미 시인의 피(被) 상담자였습니다. 갈바람 부는 가을에 인사도 없이 가버린 그 사람은 〈길가의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아파했던 여리고 섬세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너무 착해서 하늘이 먼저 데려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밤마다 고통을 참으며〉 마음속의 별을 세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가 사랑한 뜨락에는 밤마다 별이 뜨고, 그 자신이 밤하늘에 빛나는 작은 별이 되었으니, 이제는 아프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더 이상 힘들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4 - 김유미 시인의 2시집 작품을 감상하며, 시조 1편이 새삼스럽습니다. 또한 사람살이의 정서적 형상화를 비롯하여 인생 상담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데, 북한을 제재로 한 작품 1편이 있어 관심을 환기(喚起)합니다. 두 작품이 반어적 속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3연시조 「거꾸로 가는 인생」의 첫수는 노령에 이른 자신을 〈머리는 해마다 파뿌리로 시들어도〉 그와 달리 〈마음은 아이 되어 작은 것에 흔들려〉 어쩔 도리가 없이 〈빠르게 날아서 가는 어지러운 생의 비행〉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5 - 김유미 시인은 수통골 맑은 물처럼 살자고, 마음의 물줄기를 세상 독자들에게 돌립니다. 어느 강 어느 기슭에 닿을지 몰라도 그냥 맑은 물살에 맡기자고 권유합니다. 물고기와 눈 맞춤하면서 때로는 고개를 들어 하늘 보며 웃자고 권합니다. 이처럼 맑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한 생(生) 행복하게 살면 되리라며 신의 뜻에 온전히 맡기고 화평하게 살자고 권면합니다. 이러한 소신과 믿음이 쇠잔하지 않는 한, 김유미 시인의 노래는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릴 것입니다. 이러하매, 시인이 펴낼 제3 시집의 발간을 기다리는 소이연(所以然)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