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
한반도 근현대사라는, 누구나 알고 있다 믿는 그 시간 속에 우리가 보지 못했던 얼굴들,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들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역사의 주인공이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국가’와 ‘이념’이라는 말에 가려진 ‘사람’이 얼마나 복잡하고, 아름답고, 또 고통스러운 존재인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소설이라는 틀을 빌려 역사서보다 더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당시를 복원한 작가의 치밀함 덕에 무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문장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물 곁을 걷고 있다. 우리가 잊고 있던 시간, 이름 없는 사람들의 새벽을 작가의 손끝이 다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