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서는 한스 키펜베르크(Hans G. Kippenberg)가 유타 니마이어(Jutta Niemeier)의 협력하에 페트라 쉴름(Petra Schilm)과 공동으로 편집한 『막스 베버 전집 1부 22권 경제와 사회. 경제와 사회적 질서 및 힘. 유고의 2권, 종교적 공동체들』(Max Weber-Gesamtausgabe, Abt. 1, Bd. 22: Wirtschaft und Gesellschaft. Die Wirtschaft und die gesellschaftlichen Ordnungen und Mächte. Nachlaß. Teilband 2: Religiöse Gemeinschaften, Tübingen 2001)의 완역본이다. 본서의 7장 “신분집단, 계급, 그리고 종교(Stände, Klassen und Religion)”가 전성우가 펴낸 『막스 베버 종교사회학 선집』(나남, 2008)에, 10장 “구원의 방법과 생활 태도에 대한 그 영향(Die Erlösungewege und ihr Einfluß auf die Lebensführung)”이 본 역자가 펴낸 『독일 종교사회학의 고전을 찾아서: 베버, 트뢸치, 짐멜』(한국학술정보, 2020)에 수록된 바는 있지만, 전체로서의 완역은 본서가 처음이다.
본서는 통상 『경제와 사회』로 불리는 막스 베버의 유작의 일부에 속한다. 『경제와 사회』는 1909년에서 1914년 사이에 쓰인 ‘옛’ 원고와, 이를 새롭게 구상하여 베버 스스로 완전히 다시 쓴 1918년~1920년의 미완성의 ‘새’ 원고로 이루어져 있고, 이는 베버 사후 1921년과 1922년에 걸쳐 처음 출판된 이후, 현재까지 계속하여 새로운 편집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본서의 중요성은 1998년 국제사회학회(International Sociological Association)가 뽑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사회학 서적 베스트 10에서 1위로 선정되었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본서의 다른 부분은 박성환이 새 원고에 해당하는 부분을 『경제와 사회 I』(문학과 지성사, 1997)로, 옛 원고의 1권에 해당하는 부분을 『경제와 사회: 공동체들』(나남, 2009)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하였다. 본서는 옛 원고의 2권에 해당하며, 나머지 3~5권에 해당하는 ‘법(Recht)’, ‘지배(Herrschaft)’, ‘도시(Die Stadt)’를 다룬 부분들은 아직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베버의 『경제와 사회』는 본래 1909년 초 새로운 『정치 경제학 편람』(Handbuchs der Politischen Ökonomie)의 일부로서 계획되었다. 기존의 편람은 1882년부터 1896년에 걸쳐 구스타프 폰 쇤베르크(Gustav von Schönberg)에 의해 편집되어, 4판까지 출간되어 있었다. 1910년 5월에 발송된, 베버에 의해 초안이 그려진 ‘주제 분배 계획’은 『경제와 사회』의 계획된 장들을 “a) 경제와 법(1. 기본적인 관계, 2. 오늘날의 상태로의 발전의 시기들). b) 경제와 사회적 집단들(가족과 지역 연합체, 신분과 계급, 국가). c) 경제와 문화(사적 유물론의 비판)”의 3개의 부분영역으로 나누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편람은 이전의 작업과의 구분을 위하여 제목을 『사회경제학 개요』(Grundriß der Sozialökonomik)로 바꾸었다. 1914년 출간된 『사회경제학 개요』 1권 “서문”에는 “전집의 구성”에 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에 따르면 『사회경제학 개요』 1권[“경제의 기초”(Grundlage der Wirtschaft)] Ⅲ부 C항에 베버 자신의 기고부분으로, 5장 “종교적 공동체들. 종교의 계급적 결정요인; 문화종교와 경제적 태도”를 포함한 “경제와 사회. I. 경제와 사회적 질서 및 힘”이 제시되어 있다(『경제와 사회』의 보다 상세한 출판 및 편집과정에 대하여는 『경제와 사회: 공동체들』에 포함된 “편집자 서론” 및 “옮긴이 해제”를 참조하라).
본 저작의 작업은 아마도 1911년부터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며, 주로는 1913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본서의 부록 “본문의 성립과 전승” 참조). 하지만, 이는 1914년의 1차대전의 발발과, 이에 따른 막스 베버의 군복무로 인해 불가능해졌다. 그 사이에 막스 베버는 『세계종교의 경제윤리』(Wirtschaftsethik der Weltreligion)에 대한 일련의 저술을 1915년 출판했고, 이는 “『사회경제학 개요』의 체계적인 종교-사회학을 위한 준비작업이자 주석”(본서 “부록”의 ‘개정작업의 계획’)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였다. 『세계종교의 경제윤리』에 대한 일련의 저술은 수정되어 1919년 『종교사회학 논총』(Gesammelte Aufsätze zur Religionssoziologie)으로 다시 출판되었지만, 예정된 종교사회학의 체계적 개정작업은 1920년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완성되지 못하였다.
본 저작은 완성된 형태로 출간되지는 못하였기에, 체계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일례로 본서에 포함된 장 중 가장 긴 7장 “신분, 계급 그리고 종교”는 독일어 출판본을 기준으로 35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데 반해, 가장 짧은 2장은 불과 2페이지 분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본서의 독일어 편집자는 “후기”에서 텍스트의 상태가 체계적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관통하는, 그리고 그러한 의미에서 체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기술한다. 그리고 그 의미를 “모든 시대와 문화의 인간적 행위를 계산 가능한 목적과 이익에 맞추어 재단하는 물질주의를 거부하며, [...] 인간적 행위에 주체와, 거기에 전제된 세계 해석을 되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텍스트의 재현’이라는 제목 아래 본문의 주요 내용을 ‘종교적 공동체’, ‘종교의 계급성’, ‘문화종교와 경제적 태도’로 나누어 서술하고 있다(보다 자세한 내용은 “후기”의 해당 부분 참조, 아울러 각 장들의 연결에 대하여는 “부록”의 ‘소제목, 내용개관 및 본문 분할의 신빙성 문제’ 참조). 특히 ‘문화종교와 경제적 태도’ 부분은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을 포함한 『세계종교의 경제윤리』에 대한 일련의 저술에서 보다 상세하게 전개되며, 이는 특히 본서의 11장 일부가 『세계종교의 경제윤리』의 “중간고찰” 부분에서 그대로 인용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반면 ‘종교적 공동체’와 관련된 내용은 “합리성이 종교적 공동체 형성과 사회적 행위의 특별한 형태의 산물이며, 따라서 공동체 행위의 특별한 경우라는 명제로부터 출발”(본서 “부록”의 ‘개정작업의 계획’)하였지만, 이후 이루어진 『경제와 사회』 전체의 개정작업(막스 베버 전집 I/23)에서는 온갖 사회적 관계의 발전된 합리화의 개념이 전면에 등장하고, ‘공동체 형성’은 이와 구분되는 특별한 유형의 사회적 행위가 되어 버리게 되면서 그 중요성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 『경제와 사회: 공동체들』의 “편집자 서론”에서는, “베버는 그의 ‘이해사회학’에 중심적인 범주로서 이제는 ‘사회적 행위’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공동체 행위’라는 표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공동체’라는 개념은 이제 경향적으로 ‘사회’라는 개념 뒤로 물러났다”(99쪽)고 기술하고 있다. 즉 “모든 사회적 관계의 점진적 합리화라는 관점은 그때까지 다른 종류의 관점들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 종교, 법, 그리고 지배에 관한 텍스트들에서는 우뚝 전면에 등장했다. [...] 막스 베버는 ‘공동체 행위’가 [...] 목적합리적 질서라는 조건 아래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그 후까지도 여전히 고수했다. 그러나 이제는 [...] 모든 사회적 관계의 합리적 및 목적합리적 형상화라는 일반 원리가 점점 더 전면에 나[서게 되었]다”(102쪽).
이러한 주요 내용들 이외에 이후 베버 (종교)사회학에서 다루어지는 여러 개념 및 주제들의 이해를 위해서도 본서는 매우 중요하다. ‘카리스마’, ‘신정론’, ‘탈주술화’, ‘사제적’ 종교와 ‘예언자적’ 종교의 구분, ‘금욕주의’와 ‘신비주의’의 비교, ‘대가적’ 종교와 윤리, ‘세계거부’·‘세계도피’·‘세계순응’·‘세계극복’의 종교유형 구분, ‘문화종교’ 등이 이에 속한다. 본서의 보다 상세한 해제는 독일어판의 “후기”와 “부록”을 참조하기를 바란다.
역자가 종교사회학을 공부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놀랐던 일 중의 하나는 너무나 중요한 관련 고전들이 아직 한국어로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책이 본서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여러 경로로 이에 대한 번역을 모색하다가 한국연구재단 명저번역사업의 일환으로 이 결과물을 내어 놓게 되었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특히 이미 『경제와 사회』의 다른 부분을 번역한 바 있는 박성환 선생님의 훌륭한 번역에 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그래도 원문을 접하기 어려운 다양한 연구자 및 독자들에게 막스 베버 종교사회학의 중요한 부분을 소개할 수 있다는 면에서 그 의미를 찾고자 한다. 아울러, 본서에 이어 아직 번역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제와 사회』의 나머지 부분들도 해당 분야의 전공 학자들에 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번역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