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나무 그늘처럼
서로의 기댈 곳이 되어 가는 관계
라일락 향기 가득한 밤, 앞치마를 맨 반달가슴곰 ‘반달 씨’가 도시 공원으로 향한다. 같은 시각, 짓궂은 아이들에게 쫓기던 길고양이도 그곳에 이른다. 홀로 지내는 처지가 비슷했던 둘은 금세 가까워진다. 반달 씨는 가족들에게 갖다줄 꿀을 모으기 위해 손수 만든 나무 인형을 팔기 시작한다. 빈손인 날들이 계속되던 중, 한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첫 손님’이 된다. 『반달 씨의 첫 손님』은 모습도, 성격도 다른 반달 씨, 고양이, 그리고 아이가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이자 보금자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다. 세 친구가 함께 나누는 마음과 서정적인 풍경이 읽는 이의 마음을 부드럽게 물들인다.
다정함, 용기, 믿는 마음
세 친구가 전하는 우정의 언어
세 친구가 조금씩 가까워질 무렵, 예기치 못한 순간이 찾아온다. 늘 발톱을 짧게 다듬고, 하품할 때 입을 가리는 등 자신의 정체를 숨겨 오던 반달 씨가 어느 날, 무심코 본능대로 행동하고 만다. 지난날, 정체를 들켰을 때 사람들에게 쫓겼던 기억이 되살아나며, 또다시 모든 것을 잃을까 봐 마음이 움츠러든다. 하지만 고양이와 아이는 그런 반달 씨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을 건넨다. 고양이는 재빠르게 몸을 움직여 반달 씨를 보호하고, 언제나처럼 곁에 머문다. 아이는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흙바닥에 그림을 그려 하기 힘든 이야기를 표현하려 애쓴다. 서툴지만 다정한 진심 앞에, 반달 씨도 조심스럽게 마음을 내어놓는다. 그리고는 두 친구를 믿는 마음으로, 따뜻한 품을 내어 준다.
『반달 씨의 첫 손님』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되는 진심 어린 우정을 그린다. 고양이와 아이는 반달 씨의 비밀을 알게 된 후에도 곁을 지키고, 위기 상황에는 주저 없이 친구를 위한 용기를 낸다. 세 친구가 계절의 흐름 속에서 우정을 쌓아 가는 모습은 누구든 혼자라고 느낄 때 위안과 온기가 되어 줄 것이다.
달빛처럼 마음을 환하게 비추는 이야기
전작 『일하는 개들』 『페브 농장』에서 일상을 지키는 작은 힘을 섬세하게 그린 안승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관계의 소중함을 조명한다. 이방인인 반달 씨를 흘긋거리거나 무심히 지나치는 도시 사람들과 달리, 주인공 어린이는 따뜻하게 먼저 다가가 환대한다. 이야기는 고양이 화자의 시선으로 이방인을 대하는 다양한 태도를 비추면서 우리는 어떤 입장을 선택할지 되묻는다. 더 나아가, 이주민, 비인간, 어린이라는 사회적 약자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통해 ‘연결’의 가치를 전한다. 가족의 곁으로 돌아가는 반달 씨를 보내며 세 친구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남은 고양이와 아이는 서로의 새로운 가족이 된다. 반달 씨의 안녕을 바라며 언젠가의 재회를 기다리는 고양이와 아이의 마음처럼 『반달 씨의 첫 손님』은 더 따뜻한 세상과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마커와 색연필, 콩테, 연필로 그린 작가의 화사하고 포근한 그림이 이야기에 깊은 여운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