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대신 돌봄 주는 돌봄 편의점!” - 돌보는 삶들이 들려 주는 백인백색 돌봄 넋두리
65살 이상 고령 인구 2025년 1000만 명 돌파, 치매 환자 2026년 100만 명 예상, 성인 돌봄 예산 2022년 21조 4000억 원 초과, 한 해 평균 간병 살인 2000년대 5.6건에서 2020년대 18.8건으로 상승. 모두 돌봄을 말하고 돌봄 정책과 돌봄 예산은 느는데 돌보는 삶들은 왜 여전히 힘겨울까? ‘돌봄 사회’는 불가능할까?
《돌봄의 목소리들》은 지난 5월 10일 ‘가장 사적인 돌봄의 목소리에서부터 돌봄의 공적 대안을 마련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100인 돌봄시민회의’를 정리한 기록이다. ‘돌봄 커뮤니티 N인분’, ‘재단법인 돌봄과미래’, ‘디지털시민광장 빠띠’ 등이 힘을 모아 마련한 ‘100인 돌봄시민회의’는 청년 돌봄부터 생애 말기 돌봄까지, 가족 돌봄에서 지역 사회와 이웃 기반 돌봄까지, 장애인 돌봄부터 치매 돌봄까지, 암 환자와 중증 질환자 돌봄부터 정신 장애 돌봄까지 돌보는 삶 100명이 모여 돌봄 이야기를 실컷 나누고 돌봄 정책 시민 공약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이제 돌봄시민회의를 함께 꾸린 세 단체는 돌봄 시민 100인이 쏟아 낸 돌봄 넋두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지지 않게 책으로 펴냈다.
돌봄은 개인이 책임져야 할 사적 문제를 넘어서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적 사안이다. ‘숨 쉬듯 하는 돌봄’에 지쳐 가정과 병실에 갇힌 채 ‘가족이 다 죽어야 끝나나’ 여전히 한탄하는 돌봄의 목소리들은 모처럼 돌봄시민회의라는 숨 쉴 틈을 만나 사적인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공적 대안을 이야기한다. 돌봄의 목소리들은 하나로 모인다. 진짜 ‘돌봄 사회’란 돌봄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돌봄 양극화를 넘어 돌보는 이와 돌봄 받는 이가 함께 살아가는 ‘돌봄 민주주의’를 실현한 곳이라고 말한다.
돌봄 비상경보 - 사적 위안 넘어 돌보는 사람들이 제안하는 공적 대안
한날한시에 돌보는 사람 100명이 모인 ‘100인 돌봄시민회의’는 직접 겪은 돌봄 이야기를 푸는 1부와 돌봄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2부로 나눠 진행했는데, 책은 둘을 나누지 않고 하나로 이어 사적인 돌봄 넋두리와 공적인 정책 대안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꼴을 갖췄다. 돌봄 비상경보를 울리며 넋두리를 쏟아 낸 돌보는 삶들이 사적 위안이나 제도적 혜택을 바라는 데 그치지 않고 돌보는 삶에서 길어 올린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돌봄 시민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돌봄 넋두리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마땅히 들어줄 귀도 말할 언어도 만나지 못한 탓이다. 어렵게 취직해 첫 출근 하는 날 어머니가 쓰러져 일을 못 한 이야기, 정해진 기준에서 다 어긋나 사회적 지원을 받지 못한 이야기, 조현병 있는 동생이 정신병원을 나와도 지역 사회에 아무런 지원 시설이 없어 다시 입원한 이야기, 이 인분을 넘어 삼 인분을 감당해야 하는 청년 돌봄 이야기……. 슬픔과 절망의 쳇바퀴 속에서 여러 대안이 나온다. 10분 반경 돌봄 센터를 만들어 모든 세대가 서로 돌볼 수 있게 하자, 동네 편의점과 카페에서 돌봄을 제공하자, 공동 돌봄 시설과 시간제 돌봄을 도입하자, 돌봄 시민 교육을 실시해 돌봄력을 강화하자, 상담부터 복지 신청까지 단번에 해결되고 진단부터 임종까지 이어지는 포괄 돌봄 체계를 만들자, 돌봄자에게 경제적 지원과 사회적 지원을 함께 주자 등이다. ‘이중 돌봄’과 ‘돌봄 고립’에 지쳐 지내다가 ‘숨 쉴 공간’을 만난 돌봄 시민들은 ‘찾아 먹어야 하는 복지’와 ‘복지신청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돌봄 그물망’을 촘촘히 하고 ‘요양에서 활동으로’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돌봄 자격증’을 도입하자거나 ‘치매 걸릴 준비’나 ‘비상 돌봄 훈련’을 하자는 아이디어는 덤이다.
돌봄 시민과 돌봄의 미래 - 돌봄 양극화를 넘어 돌봄 민주주의로
돌봄 넋두리는 마침내 ‘돌봄 양극화’를 넘어 ‘돌봄 공공화’와 ‘돌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다가올 초고령 사회를 대비하려면 우리는 돌봄 넋두리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삶에 곧 닥칠 위기를 알리고 공적 언어가 되지 못한 목소리에 담긴 대안의 싹을 찾아야 한다. 돌봄 정책은 돌보지 않는 사람들이 흔히 결정한다. 돌봄 시민이 몸으로 겪고 마음으로 느끼는 일상이 반영되지 않으면 아무리 정책과 예산이 늘어나도 고통은 줄어들 리 없다. 이제 돌봄의 목소리들이 이끄는 ‘돌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