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혼자’에게
어리고 늙고 약한 존재들을 향한 다정한 위로
천천히 부는 바람의 행선지는 어디일까? 바람의 시선을 따라가면 정서가 응축된 장면들이 기다린다. 오래된 집 마당을 기웃거리는 길고양이, 우산을 푹 쓰고 땅을 보고 혼자 걷는 아이, 손바닥에 비친 햇빛을 골똘히 보는 아이, 낡고 버려진 공원 의자에 앉은 할아버지, 풀숲에서 몰래 자라나는 토끼들. 세상에서 홀로 있거나 ‘혼자’라는 정서를 느끼는 존재를 향해 바람은 분다. 바람이 부는 방향은 마음이 흐르는 방향과 같아서 바람은 외로운 존재 곁에 잠시 머물다가 다시 흘러간다.
풍경화의 대상은 어린이와 노인, 강아지와 고양이, 햇빛, 외로움 같은 감정들이다. 바람은 풍경의 대상들을 향해 단 한 번도 세차게 불지 않고 그 곁을 천천히 흘러간다. 이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듯이. 보이지 않는 바람은 조용히 곁에 머문다.
연필 그림의 감성을 살린 언코티드 표지
바람의 소리와 촉감을 표현한 트레싱지 연출
이 그림책은 바람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한 제작 방식을 택했다. 바람이 책장 사이를 자유롭게 흐르는 것을 상상하며 책의 맨 앞과 뒤에 트레싱지를 삽입했다. 반투명 트레싱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읽는 이에게 바람이 말하는 소리가, 작가의 진심 어린 목소리가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표지는 코팅을 하지 않고 언코티드로 인쇄하여 연필 그림이 주는 감성과 바람의 촉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바람
그리운 시절, 애틋한 감정, 보고 싶은 사람들.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바람의 안내에 따라 어느 여름날을 통과하면 마음속에 간직했던 오래된 감정과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몽글몽글한 추억들이 바람결에 흘러나온다. 바람은 기억의 앨범을 열어 풀어놓는다. 그리고 넓은 품으로 모든 기억을 다정하게 끌어안는다. 부드러운 바람의 산책 같은 이야기가 그림책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