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입상작
작은 방 안에서 피어난 커다란 세계
아이의 방 한편에 작은 선인장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팔을 번쩍 들고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길을 끌지요. 선인장은 언제나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매일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갑니다. 어느 날은 포크로, 어느 날은 숲으로, 또 어느 날은 근육맨으로 변하는 아이의 엉뚱한 상상은 점점 넓은 세계로 커져 갑니다.
‘자유분방한 개성과 즐거운 에너지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웅진주니어 제5회 그림책 공모전에서 입상한 『만세 선인장』은 평범한 일상 속 사물에 따듯한 호기심을 얹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아이다운 천진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은 방은 끝없이 넓어지고, 일상의 한 조각은 무한한 상상의 무대로 변합니다. 어느새 독자도 아이와 함께 “넌 누구야?”라고 속삭이게 되지요.
눈길이 머문 자리엔, 언제나 마음이 자라납니다
아이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선인장이 한결같이 거기 있어 준다는 것을 알고, 재잘재잘 말을 걸기를 멈추지 않아요. 그런 마음을 알고 있는 선인장 역시 아이의 말을 잘 듣기 위해 언제나 귀 옆에 손을 올리지요.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향한 다정한 시선과 감정의 무게는 쌓여갑니다.
‘작고 보잘것없어도 누군가의 마음을 온통 차지할 수 있다면, 서로가 그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라는 심사위원단의 평처럼, 크고 거창한 말과 행동 없이도 상대를 향한 진심은 천천히, 그러나 깊게 전해진다는 사실을 다정히 일러주는 그림책입니다.
함께한 시간 위로 켜켜이 쌓이는 이야기
늘 묵묵하기만 한 선인장 앞에서 아이는 기다리는 법을 배웁니다. 들여다보고, 상상하고, 마음을 건네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상대를 완전히 알아야만 사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갑니다. 질문이 쌓인 자리에 생겨나는 건 해답이 아니라 바로 마음이었지요.
관계의 시작은 결국 바라보는 데에서 시작하는 것일 겁니다. 선인장이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는 장면은 아이의 조잘거리는 질문보다는 짧고 담백하지만, 함께한 시간이 켜켜이 쌓인 그 한마디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도 다정한 인사로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