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거란전쟁」 완간에 부쳐
고려 역사에서 잊혔던 영웅들과 그들의 위업을 기리는 「고려거란전쟁」이 완간되었다. 이번 책은 2023년 11월부터 방영된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의 원작 「고려거란전쟁:고려의 영웅들」(「고려거란전기:겨울에 내리는 단비1,2」의 전면 개정판)을 잇는 이야기로 1010년 거란의 2차 침공 이후 ‘1019년 구주대첩’까지의 고려와 주변국의 상황을 다룬다. 고려와 거란 사이의 긴 전쟁을 다룬 유일한 ‘정통 역사소설’의 작가 길승수는 고려거란전쟁을 다룬 〈JTBC 평화전쟁1019〉에 대본 작가와 자문으로 참여했으며, KBS 대하사극 〈고려거란전쟁〉에도 원작자와 자문으로 참여한 바 있다.
신작 「고려거란전쟁: 구주대첩」은 고려가 국운을 걸고 맞섰던 결전의 대서사시 ‘구주대첩’을 복원한 기록이다. 수도가 함락되고 왕이 피란길에 오르던 그 겨울, 고려는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혼란의 중심에서 젊은 왕 현종은 흔들리는 백성과 조정을 끌어안으며 진정한 통치자로 성장해간다. 그는 도망친 군왕이라는 오명을 딛고 스스로를 회의하면서도 끝내 공동체의 책임을 짊어진다. 구주대첩은 단지 승리한 전투가 아니다. 유민이 되고 피난민이 되어서도 살아남고자 했던 백성들의 의지, 패배를 감수하면서도 타협하지 않은 관료들의 판단, 그리고 칼을 들고 전장을 누빈 무수한 장수들의 싸움이 빚어낸 생존의 기록이다.
우리는 「고려거란전쟁」 전권(全卷)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고 믿었던 인물들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한다. 문신으로서 고려를 섬기다가 역사의 부름을 받아 ‘장군’이 된 강감찬은 피할 수 없는 전쟁 앞에서 누구보다 정확하고 단호한 전략가로 거듭난다. 그와 함께 싸운 양규, 조원, 강민첨, 김종현, 하공진 같은 장수들은 정사(正史) 속에서 짧게 언급되거나 이름조차 남지 않았지만, 이 책은 그들을 전장의 시간 속에서 다시 소환한다. 전쟁은 몇몇 영웅이 이긴 것이 아니다. 무너지는 나라에서 끝내 등을 돌리지 않았던 수많은 존재들의 싸움이었고, 그 이름 없는 역사 속에 진짜 구주대첩의 의미가 깃들어 있다.
작가 길승수는 조선 후기까지 거의 잊혔던 인물들의 업적과 역사적 사건을 ≪고려사(高麗史)≫, ≪요사(遼史)≫, ≪송사(宋史)≫ 등의 신뢰할 수 있는 사료를 근거로 철저히 연구하고 재구성하여 현대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 전란의 현장, 그리고 인물들의 감정과 고민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주요한 이슈나 사건을 재평가하고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데 특화된 이 책은 “고려 거란 전쟁에 관한 유일무이한 원천 콘텐츠”로서 앞으로 다양한 장르로 개발하는 데 있어서나 학술적 토론, 그리고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넓히는 데에도 큰 몫을 담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