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길에서 중요한 건 지름길이 아닌, 나만의 걸음걸이
‘서툴러도 나만의 사랑하는 법을 찾고 있다, 가만히’
『토끼가 된 날』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작게 몸을 만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리코는 친구들 앞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 하면, 목구멍 안쪽이 꽉 막히고 가슴이 찌릿찌릿해진다. 나나는 학예발표회에서 밤비 역할을 맡고 싶었지만, 어쩌다 엄마 토끼 연기를 하게 되어 걱정이 많다. 아즈미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할아버지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하던 타쿠토는 선생님이 결혼해 떠나신다는 소식에 절망스럽다. 어린아이의 몫이라고 고민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아이들은 조력자의 응원과 뜻밖의 발견으로, 제 안의 여린 마음을 조심스레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용기 내어 작지만 단단한 걸음을 내딛는다. 드넓은 세상을 향해, 틀림없이 자기만의 속도로.
꿈속을 옮겨 온 그림과 섬세한 이야기의 조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수상작가 무라나카 리에의 신작
오랫동안 어린이들의 마음을 살펴온 작가 무라나카 리에. 그녀는 『토끼가 된 날』에 4편의 이야기와 3편의 시를 담았다. ‘왜 하필 토끼일까?’ 제목을 보고 품을 수 있는 의문은,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삽화를 맡은 시라토 아키코 역시 실제로 토끼와 함께 살아온 시간을 바탕으로, 글에 따뜻하게 스며드는 그림을 완성했다. 누구라도 겪어봤을 법한 에피소드와 문학적인 시어, 몽환적인 삽화의 조합은 읽는 재미와 함께 짙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울림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토끼를 일으켜 세운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전하는 격려이자, 웃자란 어른들에게 전하는 속삭임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토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