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는 항일은, 시작에 불과하다
작가는 ‘항일’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선동이나 감정 과잉이 아닌, 정교하게 짜인 무술 묘사와 상징으로 가득한 공간 연출을 통해 지극히 미학적이면서도 치열한 방식으로 풀어낸다. 역사는 항상 의(義)를 지향해 왔고, 의를 세워왔다. ‘조국을 사랑했던 뜨거운 가슴들을 위해 나는 펜을 들었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항일〉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지사들의 의로운 이야기이고 그들이 어떻게 역사를 바꿔 가는지 보여준다.
근대 제국들은 자유, 평등, 공정을 말했지만, 그것은 오롯이 저들 제국만의 자유와 평등 그리고 공정이었다. 인류애를 위한 진정한 자유와 평등, 공정은 없었다. 〈항일〉은 요대도기나한상을 둘러싼 한중일 삼국의 각축, 그리고 미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된 사연을 통해 근대화 과정에서 제국들이 얼마나 탐욕적이었는가를 말하고 있다.
무협과 판타지를 아우르는 재미에 역사적 의미까지 되새겨보는 소설로서 독자들의 읽는 맛을 사로잡는 새로운 형식의 무협과 판타지, 동양적 세계관을 그려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필력이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