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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먼 이름에게

나의 먼 이름에게

  • 길상효
  • |
  • 창비
  • |
  • 2025-05-23 출간
  • |
  • 96페이지
  • |
  • 122 X 188 X 8mm
  • |
  • ISBN 978893643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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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줄은 잊어. 잊으라고.
그 줄이 따라올 수 없는 곳으로 가는 거야.”

번식장에서 구조된 개인 ‘나’는 처음으로 배불리 먹고 깊은 잠을 잔다. 숨이 막히도록 나를 끌어안고 얼굴을 비벼 대는 인간을, 해가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으면 나를 울고 싶게 하는 인간을 나는 사랑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이 안온한 공간 밖으로, 나를 가둔 벽 너머로 나서기를 끊임없이 갈망한다. 그러나 나의 시간과 내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언제나 인간에게 달려 있을 따름이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체념하듯 인간에게 이끌려 가는 동족들을 보며, ‘나’가 오래도록 품어 왔던 질문이 고개를 든다. 우리가 어쩌다가 인간의 세상에 왔는가.
그러던 어느 날, 줄에 매여 인간과 함께 걷던 나는 뭔가를 아는 듯한 동족을 만난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쩌다 인간의 세상에 왔는지 알려 달라고 애원하는 나에게 동족은 후회할지도 모른다며 경고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는다. 어느 선선한 밤, 나는 동족의 도움을 받아 빛의 구덩이에 몸을 던지고 무리와 함께 생존을 위해 사투했던 고대 늑대로서의 삶이 펼쳐진다.

“줄은 의식하지 말라니까. 인간도. 온전히 너 자신한테 집중해. 뛰어들라고. 이렇게.”
동족이 빛이 솟아나는 구덩이로 가뿐히 몸을 던졌다. 나는 믿을 수 없는 광경 앞에서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
“얼른 따라와!”
동족의 목소리가 구덩이 안에서 멀어져 갔다.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라고? 줄은 의식하지 말고?” (31면)


“저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인간을 향해 내달리는 걷잡을 수 없는 마음

가혹할 정도로 추운 계절과 굶주림을 견디던 나의 무리는 오랜만에 사냥에 성공하고, 주린 배를 겨우 채운다. 구덩이에 뛰어들기 전의 기억을 잃은 나는 고대 늑대로서의 삶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풍요의 시대가 저물고, 조상 대대로 사냥했던 거대한 먹잇감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늑대 무리에 위기가 닥친 지 오래다. 굶주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자꾸만 궁금해진다. 뛰어난 앞발을 이용해, 길고 날카로운 것으로 사냥을 해 내는 인간 무리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멀리서 인간의 거처를 바라보던 나를 눈치챈 암컷은 두 앞발로 어린 것을 감싸면서도 나를 가만히 바라본다. 새끼를 밴 듯한 그 암컷의 눈동자에는 예상과 달리 적의도 없고, 경고도 없다. 그 눈동자를 바라볼수록 나는 이상한 안도를 느낀다. 어미와 새끼가 흔드는 앞발을 보며 나에게 묘한 감정이 든다.

어느새 울음을 그친 어린것이 암컷에게 평온히 안겨 있었다. 암컷이 어린것의 얼굴을 내 쪽으로 향하게 하고는 앞 발가락 하나를 길게 뻗었다. 내 쪽을 가리키는 듯싶었다. 하지만 어린것은 어둠 속에서 나를 찾아내지 못하고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그러자 암컷이 어린것의 앞발 하나를 쥐고 내 쪽을 향해 흔들었다. 무슨 뜻이었을까. (49면)

무리를 이끄는 알파이기도 한 자매는 “그 호기심이 우리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걸 명심해.”(52면)라며 경고하지만, 새 생명의 탄생을 축복하며 감격에 젖은 인간들의 모습을 보게 된 나는 깨닫는다. “새 생명 앞에서 가슴이 뛰고 숙연해지는 저들은 결코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걸(73면). 그날 이후 새 인간과 그 어미를 보고 싶은 나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한편, 알파 부부는 큰 먹잇감을 찾기 어려워진 이 땅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무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한다. 마지막으로 먼발치에서나마 인간 무리를 보려던 나는 형편없는 후각과 청각 탓에 먹잇감을 근처에 두고도 헤매는 인간들을 발견한다. 그들은 가지지 못했지만 나는 가진 것을 써 보기로 하는데…….


우리 곁의 작은 늑대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나의 먼 이름에게』 속의 개들은 말한다. “인간의 세상에서 우리가 뭘 어쩌겠어.”(14면) “여긴 인간의 세상이니까.”(19면). 대자연을 자유로이 질주하던 과거에는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하루하루를 악착같이 보내야 했지만, 적어도 나의 의지대로 치열하게 살아 낸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인간의 세상에서, 개들은 줄에 매이고, 번번이 인간의 규칙에 의해 가로막힌다. 일부 사나운 인간들은 개들을 함부로 대하며 위협한다.

나는 한동안 공포에 시달렸다. 또다시 새끼를 밸까 봐. 바닥에 끌리도록 배가 불러 오다가 헐어 빠진 밑으로 또다시 새끼를 낳아야 할까 봐. 나오지도 앉는 젖을 빠는 어린것들을 또다시 인간에게 빼앗길까 봐. 갈가리 찢긴 가슴으로 울부짖다가 인간에게 걷어차이는 밤이 올까 봐. (12면)

투명한 벽 너머의 공간을 향해 뒷걸음쳐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내 인간은 이번만큼은 내 뜻을 들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버틴다고 될 일이 아니야.”
그곳에서 동족 하나가 제 인간과 함께 나오며 말했다.
“모르겠어? 널 들여보내지 않는 건 네 인간이 아니라 저 인간이라고.”
동족의 시선이 벽 앞에 버티고 선 인간을 향했다. 그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예전의 그 인간을 떠올리게 했다. 벽 앞의 인간은 나를 굶기지도 걷어차지도 않고서도 눈빛만으로 나를 얼어붙게 했다. (16~17면)

의지와 본성을 자꾸만 억눌러야 하는 인간의 세상을 뒤로 하고, ‘나’가 떠나는 모험은 독자로 하여금 개와 인간이 맺어온 긴 인연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힘을 합치고 마음을 나누었던 처음을 생각하며 깊은 유대를 확인하게 한다. 무엇보다 인간을 향한 사랑을 감추는 법이 없는, 아무 계산 없이 발걸음을 내딛는 우리 곁의 작은 늑대들에 대한 애틋함과 고마움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 시리즈 소개

소설과 만나는 첫 번째 길
책과 멀어진 이들을 위한 마중물 독서, 소설의 첫 만남

‘소설의 첫 만남’은 새로운 감성으로 단장한 얇고 아름다운 문고이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했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100면 이내의 짧은 분량, 매력적인 삽화를 통해 책 읽을 시간이 없고 독서가 낯설어진 이들도 동시대의 좋은 작품에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이끈다. 동화에서 읽기를 멈춘 청소년기 독자에게는 소설로 나아가는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이다. 깊은 샘에서 펌프로 물을 퍼 올리려면 위에서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야 한다. ‘소설의 첫 만남’ 시리즈는 문학과 점점 멀어진 이들이 다시 책과 가까워질 수 있게끔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우리의 독서 문화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목차

나의 먼 이름에게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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