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는 시선으로 남긴 이탈리아의 조각들
이홍범 저자의 《이탈리아, 그곳에 우리》는 여행의 물리적 경험이 아닌, 감정과 관계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이탈리아’라는 공간을 통해 ‘우리’라는 시간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이 책은, 떠남보다 머무름에 가까운 여행기이다.
사진이 함께하는 여행 에세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단순한 기록 이상의 역할을 하는 이 사진들은 저자의 시선으로 포착된 장면들이고, 그 자체로 한 편의 에세이다. 글과 사진이 따로 놀지 않고, 서로를 설명하거나 보완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란히 놓여 있을 뿐인데, 그 안에서 묘한 울림이 생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이탈리아의 풍경을 보는 동시에, 저자의 기억과 감정 속을 걷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우리’와 함께한 시간도 떠올리게 된다.
여행을 간직하고 싶은 사람에게, 혹은 누군가와 함께했던 여행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에게 조용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감상과 공감 사이, 이 책이 만들어 낸 거리는 멀고도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