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프랑스 문학과 지성의 상징이자
실존주의 문학의 기수 알베르 카뮈의 대표작
이제는 신화가 된, 부조리에 대한 불멸의 고발
《이방인》은 실존주의의 문학적 승리, 나아가 부조리에 대한 깊은 통찰과 신랄한 고발로 격찬받는 카뮈의 대표작이다.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작품이기도 하다. 카뮈에게 부조리는 이성을 가진 자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운명에 관한 것이다. 이성을 가진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합리적 욕망을 품는다. 그런데 세계는 인간이 알아야 할 만한 별다른 뜻이 없다. 그러니까, 인간의 욕망은 합리적인데 세계는 불합리하다. 부조리는 바로 이러한 이율배반에서 생기는 모순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이 피하지 못하는 숙명, 인간의 조건인 셈이다.
그러나 모두가 부조리를 예민하게 감각하지는 않는다. 의식이 졸고 있는 사람은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의식이 졸고 있는 자들은 습관에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그들은 비극을 모른다. 그러나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곧 ‘행복’은 아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건 자신이 가진 이성을 활용해 부조리를 명확히 인식할 때다. 역설적으로 부조리야말로 인간의 존엄인 것이다.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것은 죄인가?
부조리, 도덕, 죄에 관한 카뮈의 근본적 물음
《이방인》은 카뮈의 여러 작품 중에서도 부조리의 문제를 가장 명료하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작품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가 죽은 다음 날 해수욕을 하고, 여자와 관계를 맺고, 영화를 보며 즐거워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작열하던 태양 빛 아래서 홀린 듯 아랍인을 죽이고 법정에 선다. 변호사와 재판관, 검사들은 뫼르소가 어머니 장례식에서 보인 태도를 중점적으로 심문한다.
뫼르소는 어머니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이것만이 중요하다. 판사가 뫼르소에게 어머니를 사랑했냐고 묻자, 뫼르소는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렇다고 답변한다. 뫼르소에게 어머니를 사랑한다는 것과 그가 이후 보인 행적 사이에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은 냉혹한 인간이 건달패와 섞여 음란한 일에 관련되어 사람을 죽였다는 게 그들의 결론이다. 결국 뫼르소에게는 사형이 선고된다. 자신을 보고 경악하는 방청석의 표정을 보고 뫼르소는 마침내 깨닫는다. 자신의 죄는 다름 아닌 세속적 도덕의 논리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정말 죄라면, 뫼르소는 이 죄를 기꺼이 감당하기로 한다.
전후 황량한 폐허에서 간파한 인간 정신의 위기
우리를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이끄는 부조리에 관한 깊은 통찰
《이방인》은 2차 세계대전으로 온 유럽이 사회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혼란기를 보내던 시기인 1942년에 출간되었다. 인간의 본질은 무엇이며 어떠한 토대 위에 서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탐구한 카뮈의 문학 작업은 실존주의 사상과 합을 이루어 혼란에 빠진 사람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틀을 제공했다. 카뮈가 1957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도 전후 황량한 폐허에서 인간 정신의 위기를 간파하고 부조리를 통해 그 극복을 모색했기 때문이었다. 《이방인》은 종종 《시지프 신화》와 함께 통속적 허무주의의 작품으로 읽히기도 하지만 이는 오해다. 카뮈는 오히려 인간의 너절한 현실을 누구보다 적확하게 간파하여 역설적으로 인간의 존엄을 모색한 작가였다. 이제는 신화가 된, 부조리에 대한 불멸의 고발인 《이방인》은 우리를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