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을 미리 읽은 청소년 독자들의 후기 ★★
“읽으면서 계속 주인공의 행복을 바라게 되었다.”
“진짜 너무 재밌다.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자꾸만 울컥하고 화가 날 정도로 몰입감이 좋았다.”
낯설고 추운 한국에서 마주한 뜻밖의 사람들
각자의 라운드를 치르는 이들을 위한 다정한 환대
세 살 때부터 캄보디아에서 자랐던 하람은 무심하고 매정한 엄마 아빠에게서 벗어나고자 당찬 기세로 약 3,500킬로미터를 날아 낯선 고향 한국을 찾는다. 바짝 긴장한 채 마주한 공항과 기차역은 머릿속으로 돌려 보았던 시뮬레이션과는 달리 무척이나 춥고 황량하다.
맨몸으로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하람에게 뜻밖의 사람들이 손을 내민다.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이웃 할머니는 자신의 패딩을 건네주고, 체육관 관장은 등록비가 없다는 말에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하라고 받아 준다. 격투기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무하와 원지는 선뜻 다가와 친구가 되어 준다. ‘재수 없는 오지라퍼’라고 생각했던 동네 경찰 권 경위는 필요할 때마다 하람의 곁을 지켜 준다.
“씩씩한 사람도, 잘 웃는 사람도, 용감한 사람도 모두 한 점씩은 아픈 구석이 있지. 누구나 다. 나만 그런 줄 알고 이만큼 살았는데 어느 구석에서는 다들 그렇게 아프더라고.” (본문 193면)
혼자인 삶에 익숙해지고자 애써 분투해 왔지만 실은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를 필요로 했던 하람은 점차 다른 사람이 건네는 위로의 힘을 알게 된다. 그리고 누구든 자신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며, 그 아픔을 통해 오히려 주위에 더 다정한 마음을 건넬 수도 있다는 사실 또한 깨닫는다. 하람에게 세심한 도움을 건네던 무하에게도, 활기차고 다정한 마음을 전해 주던 원지에게도, 기꺼이 하람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 준 권 경위에게도, 뭐든 치고 때려야만 견딜 수 있었던 슬픈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내 눈은 늘 이렇게 엄마를 찾는다.
나를 한 번만이라도 봐 줬으면 좋았을 텐데.“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 사이에서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도 하람의 시선 끝에는 늘 엄마가 있다. 자신에게 말을 거는 방법조차 잊은 듯한 엄마를 원망하면서도, 짝사랑은 이제 지쳤으니 그만두자고 매번 마음먹고도, 자꾸만 엄마를 향하는 시선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작품의 후반부에 이르러 하람은 엄마가 자신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이유를 알게 되고, 엄마 아빠가 피하고 숨기던 아픈 비밀을 용기 내어 찾아낸다.
“엄마랑 친할 수 없고 사랑하는 관계가 아닌 건 아프지만, 엄마가 용서가 안 될 때는 용서하려고 너무 애쓰지 마. (...) 용서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엄마 인생이 그렇구나, 안됐네 하고 바라봐. 너무 가까이 다가가 보려 하지 말고, 매이지 말고. 그건 엄마 인생이니까. 넌 너대로 살아.” (본문 193-194면)
하람은 아빠에게서 진심이 담긴 사과를 받고, 두껍게 쌓였던 마음의 벽 틈으로 엄마를 조금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엄마를 용서하려고 너무 애쓸 필요 없다는 권 경위의 조언처럼, 『파이트』는 손쉬운 용서나 화해를 말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는 사과는 하람이 열일곱 평생 견뎠던 고통과 상처를 다독이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세심히 짚어 낸다. 대신 하람은 ‘지독히도 모자란 방법으로 버텨 준’ 부모를 그저 갸륵하게 여겨 보기로 마음먹는다.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부모를 바라보게 된 하람은 자기만의 세계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3, 2, 1… 파이트!
내가 품고 싶은 세상을 향해
처음에는 엄마의 시선 끝을 좇다가 찾게 되었던 격투기 선수라는 꿈과 한국이라는 공간은 점차 하람 자신의 고유한 세계가 되어 간다. 주먹이 와도 피하지 않는 하람의 간절한 열망은 용기로 거듭나고, 섣부르기만 하던 펀치에 무게가 실린다. 혼자서 흔들리면서도 단단히 버텼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런 시간들을 알아보고 격려해 준 이들이 있었기에, 비로소 시야를 넓혀 자신이 품고 싶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람의 걸음은 더욱 강하고 환하다. 각자의 링 위에서 삶을 버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용기를 건넬 소설이다.
이제는 엄마가 나를 한번 봐 주기를 갈구하지 않는다. 아빠의 바짓가랑이 뒤로 숨을 나이도 지났다. 두 팔 벌려 나를 안아 주길 기대하지도 않는다. 달려가 안기고 싶은 엄마 아빠 품보다 내가 품고 싶은 세상이 있다는 걸 알았다. 내 갈구는 이제 그 세상을 향해 있다. (본문 196-197면)
▶줄거리
격투기 선수라는 꿈을 품고 십사 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하람에게 한국의 겨울은 춥고 낯설기만 하다. 함께 온 엄마의 시선은 늘 하람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하고, 그런 엄마가 미우면서도 하람의 시선은 자꾸만 엄마를 좇는다. 꿈을 이루기 위해 찾아간 체육관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체육관 관장님과 동네 경찰 등 주변 어른들에게서 받아 본 적 없던 따뜻한 환대를 받으면서 방어막을 꽁꽁 치고 있던 하람의 마음도 어느새 조금씩 열려 간다. 그러던 중 하람은 뜻밖의 사실과 마주하며 기억에 없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는데……. 각자의 라운드를 버티는 우리들을 위한 성장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