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고 둥근 빛』은 한국 미술의 상징인 달항아리를 주제로, 전통과 현대의 미학을 넘나드는 윤주동 작가의 깊은 사유와 집념을 담은 기록이다. 조선시대 18세기 백자 달항아리가 세계 경매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는 지금, 윤주동은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전국의 가마터와 광산을 찾아 유적을 조사하고, 고문헌을 탐독하며, 달항아리의 원형을 오롯이 복원하는 데 몰두하는 한편, 그것을 오늘의 감각으로 변주하고자 했다. 작가는 “재현 없는 변형은 공허하고, 재현만 있는 계승은 생명력이 없다”고 말하며, 달항아리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지키면서도 현대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 책은 그 긴 여정의 결과물을 정리한 것으로, 작품 사진과 글을 통해 전통을 존중하되 과감히 확장하는 작가의 미적 태도와 정신을 생생히 전한다. ‘한 아름’ 안에 담긴 시간과 빛, 그리고 인간의 숨결을 오늘 다시 불러오는 『희고 둥근 빛』은, 단순한 도자 작품집을 넘어 한국 미의 본질을 성찰하는 귀중한 기록이다.
『희고 둥근 빛』은 한국 현대미술을 조명하고 아카이빙하는 프로젝트인 Korean Art Archive 1923(KAA1923) 시리즈의 세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KAA1923 시리즈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국내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충실히 기록하고, 한국 미술의 흐름을 시대별로 조명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희고 둥근 빛』은 이러한 취지 속에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작가적 시도와 그 결실을 담아내며, 한국 도자예술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바라보게 한다. 시간의 깊이와 손끝의 온기가 느껴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문화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그 지속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