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삶의 기반인 국가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국가안보는 국가안전보장(國家安全保障)을 뜻하며, 국가가 수행하는 가장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이다. 국가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으면 국민의 삶은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오늘날 우리는 국민의 삶이 위협받는 복합 안보위기에 직면해 있다.
북한은 2017년 12월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핵능력을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2023년 12월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핵 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남조선을 점령·평정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연방제통일의 가면을 벗고 핵을 이용한 적화통일을 공식화했다. 북한이 핵을 국체로 인식하고 있는 한 핵 위협의 제거는 북한 정권의 붕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북한의 무력 적화통일 야욕도 한국 주도의 자유통일을 완성했을 때 폐기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새로운 군사전략의 기획과 군사력의 준비가 필요하다.
게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핵 인식과 동맹정책 변화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핵 국가(nuclear power)’로 지칭하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대신 대북 제재 완화를 대가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축소하려는 ‘핵군축협상’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의구심도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변화는 북한의 핵 사용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며 확장억제 공약의 신뢰성을 강조해온 바이든 행정부와 큰 차이를 보인다.
2025년 2월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가 백악관에서 쫓겨나다시피 한 장면은 무정부 상태의 국제질서에서 힘없는 국가의 처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국가안보를 동맹국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절감하게 해주었다. ‘동맹’보다 ‘자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군사전략을 기획하고 군사력을 건설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또한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전쟁의 양상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홀한 미래 지능정보전 대비가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으로 지능정보기술이 주도하고 있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 활용 기술인 사물인터넷·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 기술을 융합해 기계에 인간의 인지·학습·추론 능력을 구현하는 것이다. 지능정보기술은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롬버스 파워 사는 AI를 활용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4개월 전에 예측했다.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사는 AI 기반으로 전출처정보를 분석해 표적을 제공하고, 타격 우선순위 및 자산을 결정하며, 타격 결과까지 제공하는 C4I 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AI 기반의 라벤더 프로그램으로 하마스 살상 리스트를 작성하고, 가스펠 프로그램으로 공격할 건물을 선정한다. 이처럼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은 이미 전장 깊숙이 들어왔지만, 우리의 준비는 미흡하다. 우리도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군사전략과 군사력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인구절벽으로 인한 병력자원 감소는 국가안보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2020년 33만 명이던 20세 남성 인구가 2025년 23만 명으로 급감하는 1차 병력자원 절벽 시기를 겪고 있다. 병력자원 관련 통계는 이후 20세 남성 인구가 2035년까지 23~25만 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2036년부터 다시 급격히 감소해 2042년에는 12만 명 수준까지 떨어지는 2차 병력자원 절벽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와 같은 병력자원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모병제로의 전환, 여성징병제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무인체계의 확대나 유·무인복합전투체계의 조기 도입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대안 연구도 활발하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의 맹활약은 무인체계의 확대나 유·무인복합전투체계의 조기 도입이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인구절벽을 극복할 수 있는 군사전략의 마련과 군사력 건설이 필요하다.
국방부는 이와 같은 복합 안보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혁신4.0」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완성되었을 때의 ‘최종상태’를 명확히 정립하고, ‘최종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분야별 ‘비전과 추진 전략’을 구상한 후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국방부는 혁신계획 어디서도 이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최종상태’를 명확히 정립하지 않고 혁신을 추진하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고, 분야별 ‘비전과 추진 전략’이 없으면 실행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오랫동안 군생활과 군사혁신 연구에 전념해온 저자는 이러한 복합 안보위기 시대에 국방혁신의 성공적인 추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국방혁신 추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한국군이 지향해야 할 군사혁신의 최종상태, 분야별 비전과 전략, 핵심과제 등을 ‘숲과 나무’를 아우르는 관점에서 이 책에 상세하게 담았다.
이 책이 다른 군사혁신 서적과 다른 점은 크게 3가지이다. 첫째, 한국군의 맞춤형 혁신 방안을 담았다. 저자는 한국군의 현실을 바탕으로 다양한 이론을 접목시켜 맞춤형 군사혁신 비전과 전략을 이 책에 제시했다. 둘째, 논리적인 체계에 기반해 종합적인 혁신 방안을 다루었다. 국가안보전략부터 군구조의 하부 요소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논리체계 위에 종합적인 군사혁신 비전과 전략을 상호 연계해서 기술했다. 셋째,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창의적인 혁신 방안을 제시했다. 국방개혁의 교훈, 국방혁신 4.0의 부족 분야, 미래의 지능정보전에 이르기까지 군사혁신을 위한 창의적인 제안을 담았다.
제1장(제4차 산업혁명과 군사혁신의 방향)에서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른 문명의 전환과 전쟁 방식의 변화를 제1~4차 산업혁명으로 구분해서 제시했다. 아울러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미군의 제3차 상쇄전략 추진을 국방조직, 국방과학기술, 작전운용개념 순으로 고찰했다. 이어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전개되는 지능정보전 양상을 소개하고, 한국군의 군사혁신 방향을 제시했다.
제2·3장에서는 한국의 새로운 국가 및 군사전략 구상을 제시했다. 제2장(한국의 새로운 국가안보전략 구상)에서는 북한의 국가전략 노선과 핵 무장 의도를 평가하고, 한국의 국가안보전략 변화 필요성을 검토한 후,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으로 대북 ‘통합봉쇄전략’을 제안했다. 제3장(한국의 새로운 군사전략 구상)에서는 미래 북한 군사 위협의 형태와 강·약점을 분석하고, 새로운 군사전략을 평시와 전시로 구분하여 제시했다.
제4·5·6·7장에서는 한국군의 미래 군구조 발전 방향에 대해 기술했다. 제4장(한국군의 상부지휘구조 개편 방향)에서는 북한 위협의 변화, 미래 연합지휘체제의 변화, 문민통제의 원칙, 대북 군사전략의 변화 등을 고려해 한국군의 미래 상부구조로 통합군제를 제안했다. 제5장(군사전략에 기반한 전력구조 혁신)에서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기초로 전력소요를 재판단하고,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인 초연결성과 초지능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기반체계를 먼저 구축하고 개별 무기체계를 전력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6장(총체전력 개념의 병력구조 혁신)에서는 상비군과 예비군을 주축으로 하고, 민간인력과 민간군사기업이 보완하는 형태의 총체전력 개념을 미래의 병력구조로 제시했다. 제7장(군사전략에 기반한 부대구조 혁신)에서는 북한 위협의 변화, 병력자원의 감소, 한반도 작전지역의 특징, 대북 군사전략의 변화 등을 고려한 부대구조 혁신안을 제시했다.
제8장(상비군-예비군의 충원체계 연계)에서는 상비군 및 예비군 충원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상비군과 예비군의 충원체계 연계 방안을 제시했다. 제9장(한국군의 군사혁신 추진 전략)에서는 이 책의 결론으로 한국군의 군사혁신 추진 전략을 군사혁신의 전략적 결정요인 3가지(① 위기의식, ② 핵심역량 활용, ③ 변혁적 리더십)를 중심으로 제시했다.
이 책은 저자의 전문적인 경륜과 연구를 바탕으로 미국의 지능정보전 준비 동향,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교훈, 최신 군사이론을 바탕으로 2040년대 한국군이 지향해야 할 군사혁신의 최종상태를 제시하고, 국가안보전략, 군사전략, 지휘구조, 전력구조, 병력구조, 부대구조별로 최종상태에 이르기 위한 분야별 비전과 전략을 담은 책으로, 한국군 혁신에 많은 시사점과 이정표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한국군이 자강형 정예 강군으로 거듭나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