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령 교수(서울외대 통번역대학원장) 추천
“번역을 업으로 삼은 이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요, 번역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임종령 교수)
『번역하다』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번역 없이는 세계를 연결할 수 없다는 것. 번역은 원작자의 의도와 정서를 다른 언어와 문화권 독자들에게 충실히 전달하는 작업이다. 번역이 없다면, 한국문학의 세계적인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번역하다』 - 언어의 경계를 넘는 여정
『번역하다』는 단순한 번역 기술의 논의를 넘어, 번역이라는 행위가 지닌 본질적 의미와 철학적 고민을 탐색하는 책이다. 이 책은 번역가들의 다양한 경험과 사유를 통해, 번역이 단순한 언어의 변환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과정임을 보여준다.
책은 번역가들의 고뇌와 실천을 통해 번역이라는 행위를 해석한다. 특히 ‘겨울여행’(유미주)에서는 번역이란 무엇인가를 기록하는 행위와도 같다는 성찰이 인상적이다. 번역가로 살아가며 언어를 옮기는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과 발견한 것 사이에서의 감정적 갈등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번역은 단순히 타국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기술적 과정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식임을 작가는 강조한다.
이강선의 글 「노벨상으로 가는 문을 연 번역된 『채식주의자』」에서는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이 한강의 작품을 국제적인 무대에 올리는 데 기여했음을 강조한다. 특히 번역이 단순히 원문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문화적 배경을 고려해 새로운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번역이 ‘자국화’(domestication)와 ‘이국화’(foreignization)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깊이 있게 다룬다.
한편 산업 번역가 김재연은 「번역, 기능과 예술 사이 모호한 선 위에서」에서 번역이 순수한 예술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논한다. 번역이란 원문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며, 원문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롭게 창작하는 것은 번역의 본질을 훼손할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광고 카피 번역과 같은 트랜스크리에이션(transcreation)이 필요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점이 흥미롭다.
「번역, 그 불완전한 창조적 여정」에서 송 작가는 번역이란 완벽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과정임을 강조한다. 언어마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다르고, 번역을 통해 필연적으로 의미가 손실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도, 이 불완전성을 극복하려는 번역가의 노력이 창조적 행위로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한국어의 ‘한’, ‘정’, ‘눈치’ 같은 단어들이 영어로 쉽게 번역되지 않는 사례를 들며, 번역이 단순한 문자 변환이 아니라 문화를 담아내는 예술적 작업임을 강조한다.
아울러 「그럼에도, 우리는 번역한다」에서는 번역가가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고민하는 지점을 잘 보여준다. 번역은 단순한 언어 변환이 아니라, 번역가의 주관적인 해석이 필연적으로 개입되는 과정임을 설명한다. 특히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 간의 의미적 차이에서 오는 번역 중 손실(loss in translation)에 대한 고민이 흥미롭게 다뤄진다.
번역은 인간의 본질적인 행위다
『번역하다』는 번역이라는 행위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언어와 문화를 넘나드는 복합적이고 철학적인 작업임을 보여준다. 번역가는 언어를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의미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책을 통해 번역가들의 고뇌, 창조성, 번역의 한계와 가능성을 깊이 있게 탐색할 수 있다.
이 책은 번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언어와 소통, 창작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독자에게 유익한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번역은 단순히 문장을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세계를 이어주는 중요한 행위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