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식의 시집 『미생물이 뾰로통 삐지네』는 독창적인 술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틈만 나면 그는 ‘보름달’ 아래에서 ‘막걸리 찬가’를 부른다. “가을 낙엽이 달빛에 흔들”려도 한 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면서, 또 한 잔 들이켠다. “몸에 좋다는 약술 막걸리”의 속임수에 넘어가, “팔순 고갯길”을 취해서 흥얼흥얼 넘어간다. “인생이 별거냐, 사랑이 별거냐 / 천하가 내 발아래 춤추는구나”(「막걸리 찬가」) 노래하며 넘어간다. “흰 구름 흘러가는 / 교산敎山 중턱에 / 매강원梅崗園 / 꽃밭 하나 일”궈 놓고(「부부」), “달빛 비치는 산길”을 부인과 나란히 건너간다. “한 그림자” 속에 또 한 “그림자”(「달빛 사랑」)를 포개어 인생의 돛배를 저어 간다. 그 옛날 고향 “상주시 외서면 봉강리” “논밭 과수원 길”을 지나 “노을 붉은 산등 너머 / 한없이 그리운 엄마 냄새(「고향 생각」)” 맡으러 팔순 고갯길을 올라간다.
물론, 유대식의 이번 시집 『미생물이 뾰로통 삐지네』 속에는 아직 다루지 않은 무수한 명편들이 즐비하다. 그의 시적 리듬은 모두 술의 비틀거림에서 나온다. 「불로 막걸리」, 「이화주」, 「덕산 막걸리」가 그렇다. 언어를 통해 술을 뛰어넘고, 술을 통해 인간 백 년을 넘어가는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에게 시는 취향醉鄕이자, 시향詩香이다. 아름다운 정서를 시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그가 과학자이기 전 풍류객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어쩌면, 우주와 하나 되기를 강렬하게 시도하는 운명인지도 모른다. 그의 시는 자신만의 개성적 감각과 체험의 깊이에서 시어를 길어 올렸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누룩곰팡이’를 시 속에 새롭게 태어나게 하였다. 오랜 응시와 관찰을 통해 그는 “세균이 환생”한다는 놀라운 비밀을 알아챈다. 여든의 노구를 이끌고 ‘빔의 미학’을 몸소 실천하였다. 운문 형식의 리듬을 아주 잘 이해하였다. 시는 소리의 연속이자 이미지의 교직이다. 아름다운 정서를 시의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시인의 책무이다. 시를 쓰다 보면, 자신의 환경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게 된다. 유대식의 시의 무대는, 과학자의 깊은 성찰과 통찰에 가닿는다. 저마다 살아온 삶의 궤적이 다르듯, 시의 얼굴 역시 천차만별이다. 시간과 추억은 기억의 먼지 아래 숨어있다. 이런 장면들을 떠올리면 시의 보물이 가득 묻혀 있다. 그는 행과 연 속에 어떤 느낌을 불어넣을 것인지를 곰곰이 사유한다. 좋은 시는 시적 착상과 발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듯, 그의 시는 췌사를 덜어내는 작업이다. 망구望九에 이른 유대식의 시는, ‘잘되고 못되고를 따지지 않는, 어수룩한 세계’인 대교약졸大巧若拙 불계공졸不計工拙로 건너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