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가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
15초에서 90초
분노가 일어서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15초에서 시작하여 90초에는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정 회로를 촉발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감정회로는 화학 성분이 중성화되는 90초가 지나면 작동을 끝내고 멈추게 된다. 자극이 오면 가장 먼저 신경계, 특히 자율신경계의 하나인 교감신경이 먼저 작동한다. 매우 짧은 이 순간은 아주 단순하게 반응하게 된다. 이른바 “싸울 것인가, 도망갈 것인가”이다. 매우 짧은 순간이지만, 분노했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도망을 가게 된다. 도망에 성공하여 다시 그 상황에 놓이지만 않는다면 분노는 사라져 버린다. 도망가지 않고 싸우기로 작정하는 경우, 치달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면 몸에 변화가 생긴다. 마치 헐크처럼 온몸의 신경과 호르몬은 분노를 표현하기 위해 작동한다. 그리고 분노 호르몬은 정점을 찍는다. 바로 아드레날린으로 대표되는 호르몬이 작동하는데 이 호르몬은 머리부터 신장으로 이어지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이라는 내분비 호르몬 시스템을 통하여 작동한다. 그래서 전신에 여러 반응과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때로는 이런 것이 종합하여 초인적인 힘을 내기도 하고, 이 과정에서 분노가 감정과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이때부터는 사람에 따라 양상의 차이를 보인다.
현재의 고통과 증상, 그리고 스트레스
반응하는 분노의 폭발 혹은 참음
사람마다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분노 억제와 분노 표출은 그야말로 명확하게 대별된다. 일상에서 욕을 하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쪽과 참거나 그 자리를 피함으로써 분노를 억제해 버리는 쪽이 그것이다. 이를 공격적 성향, 수동적 성향이라고 말한다. 수동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끝까지 참고 상황을 피하거나 아예 부인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자책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정작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것조차 자신이 못나서 생긴 결과라고 여긴다. 수동적 성향처럼 화를 오로지 참고 넘어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떻게든 화를 풀어내어야 한다. 그래서 스스로는 직접 화를 내지 못하고 제3자를 향한 짜증과 신경질 혹은 상대방에게 화를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자신의 화를 풀어내게 된다. 이를 수동 공격적 성향, 투영 공격적 유형이라고 설명하였다. 분노는 어떻게든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분노와 화병의 치료에는 여러 방법이 있다
침치료는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작용
화병은 오래전부터 한의학에서 치료해 왔다. 화병은 정신적인 문제뿐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도 함께 가지고 있다. 심신을 통합적으로 보고, 특히 질병이 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한의학의 치료 원칙에도 부합된다. 증상을 개선하는 데 한의학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화병은 화, 즉 불의 특성을 가졌으므로 이 같은 증상의 특성을 가진 경우, 변증(辨證)을 통한 치료에 강점을 가진 한의학이 유리하다. 침치료는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작용을 한다. 분노가 쌓여 답답함이 심한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화병은 우울증의 치료를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화병은 우울증과 공병을 가지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분노 역시 항우울제를 기본 처방으로 제시하고 있다. 항우울제는 기본적으로 정서의 조절에 관여한다. 감정의 변동이 심한 경우, 특히 충동적이고 공격적일 때 약물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울증에 대하여 심리학적 개입으로 인지적 오류를 해결해야 한다.
인간에게 기본 감정이 있다
여러 감정은 각기 신체 부위와 연관
인간에게 여러 감정이 있지만, 기본 감정 이론에 따르면 분노, 역겨움, 공포, 행복, 슬픔, 놀라움 등을 기본 감정으로 여긴다. 이들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특징적인 정서들을 도출해 낸 것이다. 이 가운데 행복은 차원이 다른 감정으로, 긍정적 감정이다. 이외의 감정들로는 분노와 놀라움이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감정이고, 자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그 자극을 밀어내고자 하는 역겨움이, 자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공포의 감정이 지배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포기하면서 슬픔으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차원 감정 이론에서는 쾌감과 불쾌감 그리고 각성도에 따른 약한 검정과 강한 감정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여러 감정 가운데 가장 부정적인 감정은 역겨움으로, 불쾌감의 정도와 강한 감정의 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감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속에 담아둔 상태에서 해결하지도 못하고, 무시하지도 못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 차라리 어떤 결론이 나버리면 도리어 편안해질 수 있는데, 결론 없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감정인 것이다. 화병 환자에게도 이 감정이 문제가 된다. 즉, 해결하지 못하는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화병은 분노로 인해 발생하는 병
더이상 분노를 낼 수 없는 상태
분노를 여러 번 겪으면서 성격도 변화
처음에는 억울한 것을 참아서 병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국 문화와 관련하여, 참는 것을 강요받기도 하는 상황에서 화병이 발생한다. 그래서 주로 참고 사는 주부들에게 특정하여 발생하였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요즘은 분노를 참아 병이 되기보다는 화를 너무 내서 병이 되는 상황으로 변화하였다. 이른바 급성 화병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화병은 여성의 특징적인 병에서 이제는 남녀의 구별이 없어지고, 중년 이후의 병에서 연령층도 낮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에서도 관찰된다. 이른바 한국 사회에서 관찰되고 있는 이혼의 쌍곡선이다. 바로 결혼 3~4년 정도의 초기에, 그리고 결혼 20년 이후의 중년기에 이혼이 많아지는 현상이다. 화병의 측면에서 보면 결혼 초는 급성 화병으로, 중년 이후에는 일반적인 화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화병은 분노에서 시작되었지만, 화병 환자들은 다양한 정서적 문제와 함께 성격적인 문제, 그리고 정신증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스펙트럼적 관점에서 정신장애를 정리할 때 정신장애를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정신장애를 진료할 때는 정서와 성격 그리고 정신증적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