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에 의해 출범한 다자무역체제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World Trade Organization)가 설립되면서 지난 30년 동안 자유무역을 기반으로 한 국제통상 질서를 이끌어 왔다. 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는 공산품의 관세인하뿐만 아니라, 농업, 서비스무역, 지식재산권 등의 분야로 규범 영역을 확대하고 무역자유화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글로벌 통상환경은 전례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되었던 GATT/WTO 중심 다자주의ㆍ자유무역주의 국제통상 질서가 크게 흔들리면서 무차별원칙 적용을 통한 자유무역 보장, 국가보조금 금지 등 기존의 통상규범이 무시되고 있는 반면, 경제안보가 각국의 최우선 통상기준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보호주의 기조의 심화에 따라 세계무역 성장이 크게 정체되고, 미ㆍ중 패권경쟁으로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되고 WTO 기반의 다자체제가 약화되는 등 GATT/WTO 다자주의체제 이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국제분업화, 세계화 추세도 둔화(slobalization)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공급망의 교란을 겪으면서 미국, EU, 중국 등 주요국들은 산업보조금정책을 통해 자국 중심으로 안전성과 탄력성을 중시하는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연대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에 추가하여 글로벌 통상부문에서 제4차 산업혁명과 함께 디지털 전환이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무역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환경, 그리고 인권, 강제노동, 경쟁 등 기존의 무역 외적 관심사항이 신통상규범의 대상으로 본격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영역에서의 통상규범 제정에 대한 주도권 확립을 위한 각국 간 경쟁도 다자간, 지역간, 양자간 협상ㆍ협정과 국내법의 역외 확대적용 등을 통해 격화되고 있다. 특히 환경, 디지털 등 새로운 분야에서의 글로벌 통상규범이 정착되지 못한 결과 세계통상 확대에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은 대외개방적이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큰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국내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생산수출하려고 하여도, 수입국이 교역상의 불공정한 통상장벽을 높인다면 해당 산업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통상조치의 불공정성을 다룰 국제통상규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인적 역량이 충분치 못하다면 이는 해당 산업을 넘어 국가경제에도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국제통상규범의 이론적 배경은 물론, 역사적 전개, 제반정책 수단의 효과 및 한계 그리고 국제통상환경의 변화, 경제통합의 확대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나라 무역투자진흥기관인 KOTRA에서 32년간 근무하면서 글로벌 무역ㆍ통상현장을 직접 경험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수년 간 국제통상론을 연구하고 강의해 오면서 국제통상의 현상과 변화를 소개하는 책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저자는 국제통상에 대한 이론과 전문지식, 통상협상기술, 국제적 경험과 감각을 갖춘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관련 연구의 추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국제통상의 지침서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이 저서를 집필하게 되었다.
본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통상 전문가 양성에 필요한 통상마찰, 국제통상협상, 경제통합, 다자주의 국제통상체제, 국제통상규범, 그리고 국제통상의 새로운 현안 등을 최신동향을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다루었다. 특히 해당 부문별 최근 진행동향으로 미ㆍ중통상분쟁, 메가 FTA(CPTPP, RCEP),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EU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수산보조금협정, 개정 정부조달협정, 투자원활화협정(IFD), 무역과 환경 지속가능성협의체(TESSD) 등 복수국간 무역협정, 디지털세(digital tax), 디지털경제파트너십협정(DEPA), WTO의 미래 등을 최대한 반영하였다.
둘째, 국제통상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개념과 분야별 통상규범 그리고 국제통상의 새로운 의제를 가능한 쉬운 개념으로 논의배경, 국제적 논의내용, 논의쟁점 그리고 평가 및 전망을 설명하고자 노력하였다. 독자들의 이해에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는 해당 분야의 사례를 최대한 포함하였다.
셋째, 국제통상의 새로운 현안으로서 디지털, 환경, 투자, 경쟁, 노동, 부패 등에 대해 논의배경부터 쟁점, 전망까지 최근 내용을 반영하여 설명하였다. 특히 실제로 시행되고 우리의 관심을 끌고 있는 디지털무역과 환경무역규범에 관한 논의 동향은 별도의 장으로 만들어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넷째, 본 교재 학습의 진행에 도움이 되도록 각 장마다 주요용어, 연습문제를 추가하였다.
본서는 3부로서 구성되어 있으며, 제1부는 국제통상에 대한 이해, 제2부는 분야별 국제통상규범 그리고 제3부는 국제통상의 새로운 현안이 포함되어 있다. 부별 구성된 장을 살펴보면,다음과 같다.
제1부 국제통상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제1장에서는 국제통상환경을 중심으로 분석하였고, 제2장 국제통상마찰, 3장 국제통상협상, 4장 다자주의 국제통상체제, 그리고 5장에서는 지역주의 경제통합과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설명했다.
제2부에서는 현재 WTO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분야별 규범을 살펴보았다. 이에 6장에서는 국제통상규범 중 상품분야의 무역을 규율하는 상품교역협정, 제7장에서는 비관세장벽 관련 무역협정, 제8장에서는 상품무역의 과정 중에 나타날 수 있는 국내산업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산업피해구제제도에 대해 살펴보았다. 제9장과 10장에서는 상품무역 이외의 분야인 서비스무역과 지식재산권협정, 그리고 제11장에서는 무역원활화, 제12장에서는 분쟁해결제도에 대해 분석하였다.
제3부 국제통상의 새로운 현안을 살펴보기 위해 제13장에서는 도하개발아젠다와 국제통상 신의제, 복수국간 무역협정 등을 다루었다. 이 중 국제통상 신의제로서 무역과 투자, 무역과 경쟁정책, 무역과 노동, 무역과 부패 등에 대해 심층 분석하였다. 제14장에서는 디지털무역과 국제통상규범 그리고 제15장에서는 환경과 국제통상규범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이들 분야의 관심과 중요도를 감안하여 13장 국제통상 신의제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의 장으로 구분하여 해당 분야의 현황, 개념, 국제기구의 논의배경ㆍ동향ㆍ쟁점, 평가ㆍ전망을 자세하게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