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인 1장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에서는 현대미술의 정의와 본질을 탐구한다. 저자는 ‘modern art’와 ‘contemporary art’의 인위적 구분이나, 모던 아트를 이성 중심주의와 연결시키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해석을 거부한다. 그 대신 현대미술의 본질을 “이성적 관념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삶과 존재의 진실을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드러내려는 의지”로 규정하며, 그 기원을 낭만주의와 상징주의에서 찾는다.
2장 ‘현상의 이념과 인상주의’에서는 인상주의가 기존 미술과 어떻게 달랐는지를 분석한다. 인상주의가 추구한 사실성이 객관적 재현이 아닌 현상학적 진실의 표현이었음을 설명한다. 모네, 피사로 등의 작품을 통해 인상주의가 어떻게 평면성을 통해 절대적 내재성을 표현했는지 보여준다.
3-4장 ‘실존과 예술’에서는 하이데거의 예술론과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을 통해 반 고흐와 세잔의 작품을 분석한다. 고흐의 〈신발〉에 대한 하이데거의 해석을 통해 예술이 어떻게 존재의 진리를 드러내는지 설명한다. 세잔의 회화가 지닌 현상학적 의미와 그것이 입체주의에 미친 영향도 상세히 다룬다.
5-6장은 다다이즘을 ‘예술인가, 반-예술인가’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 다다이즘이 모든 기존 가치를 부정하면서도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통해 다다이즘이 지닌 혁명적 의미를 조명한다.
7-8장은 초현실주의를 ‘유일무이한 절대적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한다. 초현실주의가 어떻게 무의식의 세계를 예술로 표현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지닌 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특히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통해 초현실주의의 본질을 설명한다.
9-10장은 플럭서스와 액션 페인팅을 다룬다. 잭슨 폴록의 드리핑 기법이나 아실 고르키의 작품을 들뢰즈의 차이와 생성의 철학과 연결시키고 현상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폴록이 추구한 것은 개별화된 사물들의 관계가 아닌 절대적으로 연속적인 세계의 표현이었으며, 고르키의 작품은 자기동일성의 이념을 전제하지 않는 현상학적 자아의 이념을 보여준다.
11장은 팝 아트와 비트 제네레이션의 관계를 일상세계와 예술이라는 맥락에서 조명한다. 앤디 워홀의 작품을 통해 대중문화와 예술의 관계를 분석하고, 팝 아트가 지닌 사회적 의미를 탐구한다.
12-13장은 권력과 미술의 관계를 분석한다. 주디 시카고, 프랜시스 베이컨, 웨민쥔 등의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이 어떻게 권력에 저항했는지 보여주고, 현대 사회에서 미술의 저항적 기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이 책은 현대미술을 철학적 문제의식으로 분석하되, 체계적 이론화보다는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현대미술이란 진실을 발견하고 창조하려는 의욕의 산물이며, 이는 곧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 권력과 이데올로기, 자본주의적 이윤 추구의 논리가 창조적 역량 발휘를 가로막는 ‘주어진 현실’에 맞서, 현대미술은 ‘새로운 현실’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 책은 이러한 현대미술의 본질적 의미를 철학적으로 탐구하면서, 우리 시대의 현실 속에서 그 의의를 재조명하는 중요한 연구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