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간에 부쳐
평화, 중립화, 통일
‘우리의 소원은 통일’
이제 우리는 그것을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게 적절한 시대를 살아간다.
2024년 9월,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임종석의 “통일, 하지 말자”라는 발언이 파장을 몰고 온 바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두 국가론과 헌법의 영토 조항 수정’을 제안했다. 앞서 2023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 전원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 관계는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했다. 80년간 북한이 줄곧 주장해 온 ‘하나의 민족’과 ‘하나의 국가’를 부정하고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를 선언한 것이다.
이것은 갑자기 닥친 새로운 상황일까. 우리에게 통일론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고 있을까.
현재 통일에 관한 견해는 크게 세 가지로 존재한다. 첫째, 통일을 이루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어 빠르게 통일하는 것. 둘째, 화해협력과 평화 정착을 이뤄내 통일의 기반을 닦으며 천천히 통일하자는 것. 셋째, 통일은 미래 세대의 선택에 맡기고 남북 관계를 ‘평화적인 두 국가’로 재설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는 것. 물론 통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으니, 대략 네 가지 견해라고 볼 수 있겠다.
첫 번째 통일론은 ‘흡수통일’을 염두에 둔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정부의 접근법, 두 번째는 ‘평화 통일’을 겨냥한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접근법이다. 세 번째는 정부 차원으로 채택한 적은 없으나 최근 관심을 끄는 접근법이다.
이러한 통일 논의에서 거론되지 않는 하나가 있다. 바로 ‘중립화통일론’으로, 영구중립국(永久中立國) 논의라고도 부를 수 있다.
이제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중립화통일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가 왔다. 중립화의 고전이라 할 이 책을 중립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역자들이 번역해서 내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