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문화의 글로벌 성공 요인을 밝히려는 노력은 많지만, 체계적 근거가 아쉬운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예술에 대한 체계적 분석틀을 기반해서 비교 접근 방식으로 역사자료와 통계자료를 활용해 20세기 이후 한국 예술계의 발전 과정을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그렇기에 한국 문화예술이 왜 혹은 어떻게 현재의 성공을 거두었는가 보다는 현재의 성취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배경과 사회적 조건, 그리고 쟁점을 다룬다.
이론적 관점에서 예술계 발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했기에, 예술계의 변화와 발전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환경적, 구조적 맥락과의 관련 속에서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환경적, 구조적 맥락으로는 권위주의 국가의 정치권력, 민족주의, 문화적 위계를 선정하였다. 따라서 1장과 2장에서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예술계가 등장하고 변화, 발전하는 과정을 간략히 통사적으로 살펴본 후, 정치권력, 민족주의, 문화적 위계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장을 구성하였다.
한국 예술계는 독자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하고 일제강점기에서 일제와의 밀접한 관련 속에서 만들어졌다. 그 결과 예술계는 불완전한 측면이 있었고, 예술활동 역시 식민지라는 이유로 많은 제약이 있었다. 전통사회로부터 근대사회로의 이행 과정 속 한국 예술계 형성과 발전을 1장과 2장에서 살펴본다. 해방 이후 이러한 제약을 벗어났지만, 5·16군사정변으로 등장한 정치권력에 의해 자율성을 제약당한 채 ‘통제’와 ‘검열’이라는 부정적 개입과 선별적 지원이라는 적극적 개입을 경험한다. 국가 개입으로 예술계의 자율성이 위축되고 예술적 가치의 권위가 실추되는 과정을 3장에서 논의하였다. 해방 이후 국가권력의 개입 이외에 자립적, 민족적 예술을 만들려는 시도도 한국 예술계에 미친 영향은 상당했다. ‘민족’에 대한 상충되는 이해와 관점, 입장과 주장들이 상호작용하며 대결한 과정을 4장에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한국 예술계에서 문화적 위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서술했다. 예술계의 형성과 발전은 사회의 위계적 평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한국 예술계는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 민족주의를 내세운 정치권력 등으로 인해 문화적 위계에 특수한 축이 형성되었으며, 변화하였다.
저자는 몇 가지 쟁점과 잠정적인 주장을 제시하며 마무리한다. 이 쟁점들은 한국 예술계가 가진 특수성이 이후 예술계 발전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특히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예술적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와 연결된다. 잠정적인 주장이지만, 그간 한국 예술계가 압축적이고 풍성한 발전에 비해 지체되어 왔던 학술 논의가 이 주장으로 인해 지속적 논의가 활성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