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외치며 재선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가 2024년 11월 5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제4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트럼프의 재선은 한미관계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한다. 그는 2024년 10월 ‘시카고 경제 클럽’과 블룸버그 통신이 공동 주최한 대담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백악관에 계속 있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에 대한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 원)를 부담했을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한국은 부자 나라인데 왜 미국이 지켜야 하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던지기도 했다.
트럼프가 한미동맹을 두고 던진 “미국이 왜 한국을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트럼프 개인의 특이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 질문을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운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만의 독특한 관점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이 질문은 미국인이 생각하는 한미동맹의 본질과 목적에 대한 의문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자리 잡았는데, 왜 우리가 굳이 부유한 한국을 지켜야 하느냐는 의문이 미국 내부에서 점점 더 자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질문을 공개석상에서 서슴없이 던지는 트럼프가 압도적인 지지로 또다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사실은 미국 국민 다수가 그의 생각을 지지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이 왜 한국을 지켜야 하느냐?”는 질문은 사실 오늘날 새로 등장한 것도 아니다. 미국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한미동맹의 가치를 자신들의 시각에서 끊임없이 재평가해왔다. 6·25전쟁 이전부터 냉전 초기와 데탕트 시기, 그리고 탈냉전 시기까지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한미동맹의 필요성과 실익을 지속적으로 점검했다. 그 과정에서 몇 차례 미국은 한국에서 떠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그 결과 한미동맹이 위기에 빠진 적도 있었다.
요컨대 이 질문은 한미관계가 형성된 이래, 특정 개인이나 정파와 관계없이 미국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되어온 논제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이 질문은 계속될 것이고, 여기에 분명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한미동맹은 또다시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는 것은 오늘날 한국 안보의 최우선 과제이다. 그래야 미국이 한국을 지키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고, 한국 역시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안보 불안을 줄일 수 있으며, 동맹이 굳건히 유지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오판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미국을 상대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미국이 한국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한국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강력한 근거이자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가 합의한 모든 것들이 백지화되어 재협상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미동맹에서 한국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알아야 그것을 지렛대 삼아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내주지 않고 국익을 지키면서 우리에게 더 유리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대격변이 예고되고 있는 지금, 동맹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와 높은 관세 부과는 한국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한미동맹의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꿀 것인가?
육군사관학교 정치사회학과 조교수를 역임하면서 한미동맹과 핵전략, 군비통제 및 국가안보론을 강의한 저자(UC 버클리 국제학 석사 학위 및 미국의 국가안보정책을 주제로 정책학 박사 학위 취득)는 백악관, 미 국무부와 국방부, 그리고 미 의회 청문회 사료와 공식 문서 등을 바탕으로 미국의 동맹전략이 발전되어온 과정과 70년이 넘는 한미동맹의 역사, 미국의 동맹전략 변화가 한미동맹에 미친 영향, 그리고 트럼프 2기 시대의 미국의 동맹전략 전망과 한미동맹의 주요 쟁점, 그리고 한국의 대응 방안을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의 저자는 국익을 놓고 미국과 협상하는 한국의 외교·안보 전문가들, 한국 전략적 억제능력의 핵심인 전략사령부 요원들, 미군과 함께 군사작전을 계획하는 한미연합사 참모진, 그리고 한미관계를 공부하는 학생들이 미국의 동맹전략을 이해하고 한미동맹에 대해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미국은 패권 유지를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고, 한국은 우리 영토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한미동맹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의 동맹전략에 대한 대응 전략을 제대로 세우고 실익 있는 방안을 협상 테이블에서 관철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입장과 상황만 고려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을 왜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 발 앞서 미국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으며, 국가안보를 위한 가장 실리적인 대응 방안을 구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저자는 이 책에서 미국 동맹전략의 변천사를 설명하고 미국의 시각에서 한미동맹을 분석했다. 미국의 동맹전략과 미국이 한미동맹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이해는 북한의 핵 위협, 중국의 부상, 트럼프 재집권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국익을 추구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70년이 넘게 지속된 한미동맹이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대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어떤 식의 대격변일지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수동적으로 무조건 끌려갈지, 아니면 이제는 좀 더 당당하게 우리의 목소리를 낼지, 지금 우리는 빅딜을 위한 줄다리기 앞에 서 있다. 지금은 우리의 목소리를 낼 때이다.
이 책은 날마다 이어지는 전략회의에서, 그리고 한미동맹과 우리의 동맹전략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교실에서, 그리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공론의 장에서 대격변이 예상되는 미국의 동맹전략에 대한 대응 방안 논의에 불을 지피고,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를 상대로 이루어지는 협상 테이블에서 한국의 국익과 국가안보를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좀 더 당당하고 유연하게 관철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빅딜의 시대,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이 책은 미국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미 의회 등의 사료와 공식 문서를 근거로 미국의 동맹전략 변화에 따른 한미동맹의 가치 변화와 한국의 역할 변화, 그리고 양국의 위협 인식 차이와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이 얻는 실익 등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 책은 철저하게 미국의 시각에서 한미동맹을 이야기한다. 특별히 미국의 시각을 강조한 이유는 미국을 설득해 우리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면 먼저 한미동맹을 보는 그들의 시각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주장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또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해서 우리의 입장만을 주장하지 않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제1장에서는 한미동맹의 시작과 그 배경에 주목한다. 1949년 한국에서 철수했던 미국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왜 다시 한국에 개입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한국을 떠나는 대신 한미동맹을 체결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이러한 질문은 한미동맹의 형성 과정과 미국의 초기 이익 판단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당시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했는가이다.
제2장에서는 1960년대 케네디 행정부와 존슨 행정부 시기에 나타난 한미동맹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특히 제2장에서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국의 비용 및 위험 분담이 한미동맹에 대한 미국의 이익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이를 통해 1960년대 한미동맹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제3장은 1970년대 초 닉슨 행정부 시기를 중심으로 미국의 동맹전략을 살펴보고 그에 따른 한미동맹의 변화와 그 배경을 다룬다. 제3장의 요점은 경제위기에 봉착한 닉슨 행정부가 미국의 패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동맹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동맹의 실익이 작다고 판단된 동맹국에 대해서는 비용을 과감히 줄이려 했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이 약화할 때 지역 동맹국들은 자신을 스스로 지키려는 방법을 모색하며 미국의 질서에서 이탈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제4장에서는 카터 행정부 시기의 한미동맹 위기와 극복 과정을 다룬다. 이 시기에 카터 대통령은 주한미군 지상군의 완전 철수를 추진했으나, 미국 행정부 내부와 의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철회하기에 이른다. 제4장은 이처럼 미국 내 정치가 미국의 동맹 이익 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인과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당시 한미동맹에 불어닥친 위기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동맹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는지 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제5장에서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동맹전략의 변화에 따른 한미동맹의 변화와 지속성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시기부터 한국과 미국 사이에 위협 인식의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탈냉전기 동안 한미동맹은 변함없이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안정적인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5장에서는 그 배경에 한국의 지속적인 역할 강화와 위험 분담이 있었다는 점을 설명한다.
제6장에서는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이 ‘패권 억제’와 ‘지역 억제’로 재편되는 과정을 분석하고, 이로 인한 미국 동맹전략의 변화를 다룬다.
제7장에서는 대만 문제가 미국과 중국 간 전략적 경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게 된 배경과 이것이 미국의 동아시아 확장억제 전략 및 한미동맹에 미친 영향을 설명한다.
제8장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위협 인식의 간극에 대해 논의한다. 한국 안보에 가장 중요한 위협은 여전히 북한이다. 그러나 미국이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는 상대는 중국이다. 이러한 위협 인식의 간극은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성에 대한 한국의 의문을 증폭시키고, 한국 내 핵무장 요구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제8장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위협 인식 차이가 확장억제 신뢰성 약화와 한국 내 핵무장 요구 증가로 이어진 상황을 다루며,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분석한다.
제9장에서는 이 책의 핵심 논리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시대의 동맹전략을 분석하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자주국방력 강화를 위해 거론되고 있는 한국의 핵무장 등 한국이 실익을 확보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