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돌보기 위해 쓴 글,
응원이 필요한 모두를 위로하는 단단한 연대의 장이 되다
허선화의 《나는 코아였다》는 알코올 중독자의 딸로 태어난 자신의 삶을 영사기로 돌린 듯 되감아 기록한 회상록이다. 조각조각 남아있는 유년 시절의 행복한 기억,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어머니의 죽음,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성장 과정의 사건들을 비롯해 자신과 동생들을 평생 괴롭힌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용서를 낱낱이 그러모았다. 또한 저자는 돌봄과 보호가 갈급했던 어린 자신을 마주하기 위해, 일그러진 기억을 애써 감추지 않았다.
활자로 기록된 저자의 시간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텍스트 너머의 저자와 마주할 수 있다. 자신을 돌보고자 쓰기 시작한 글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만지는 단단한 연대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면, 어린 시절에 겪은 고통이 보상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보상은 없었다. 그게 인생이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원했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보상받았는지도 몰랐다”
중독과 폭음,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아버지의 불안정한 울타리 안에서 저자는 위태로운 방식으로 살아남는다. 누군가 자신을 필요로 해야만 그로부터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느끼고, 자신 또한 그 상대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게 되는 ‘동반 의존’, 자신이 행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보상을 기대하는 ‘보상 심리’, 실제 자신의 능력보다 스스로를 과대 평가하고 자신을 전능한 존재로 여기는 ‘과대 자기’는 저자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방식이었다.
위태로운 생존 방식은 우울과 불안, 신경증이라는 탑을 쌓지만 삶에 밀려오는 파도로 수차례 무너지며 견고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 위에 끝내 반석을 세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록이 아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나아가 성장하는 여정의 기록이다. 흔한 영웅서사가 보이는 화려한 보상이나 대가는 없다. 그러나 그 또한 인생이라고 저자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