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찬인 작가의 수필에는 작품 전반에 걸쳐 따스한 인간미나 소박한 인간의 체취가 숨결처럼 잔잔히 흐르고 있다. 그리고 오랜 공직 경험에서 우러난 철저한 자기관리는 물론, 퇴임 후에도 지난 자신의 삶을 경건히 되돌아보면서 성찰하고 다짐하는 모습이 여러 작품에서 엿보인다.’(오충민 시인의 추천사 중)
수필은 무엇보다 작가의 진솔한 삶의 자세가 보이는 글이다. 추천사에서 알 수 있듯 신찬인 작가의 근간은 ‘보이지 않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인간미다. 공직 생활로 굳혀진 정직함과 일의 철학이 이미 예견된 것인 듯 ‘화향백리, 인향만리’(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란 글 속에 담겨 있다. 자연인이 되어 어둠에 잠긴 산길을 바라보며 성찰하듯 자기 고백의 정신이 깃들어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저 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 그들과 나는 알지 못하는 공간에서 생각과 생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어둠 속에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건 아닐까?’(1부 「잠 못 이루는 밤에」)에 나오듯 응시하고 성찰하는 자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이름에 따르는 책임과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갈망이 또 다른 길을 가게 함을 ‘보이지 않는 별을 떠올리는 일’에서 찾으며 진정한 치유의 길에 들어선다.
‘내 마음속에도 늘 진실과 거짓이 공존한다. 진실을 말할 때는 진실이 진짜이고, 거짓을 말할 때는 거짓이 진짜다. 과거의 나도 있고 현재의 나도 있다. 미래의 나는 알 수 없다. 지금의 나만이 진정한 내가 아닐까’(2부 「진짜와 가짜」)에서 나타나듯 모호한 경계에서 벗어나 ‘참다운 자신’을 만나기 위한 길을 떠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 마음이 머무는 곳은 어디일까, 나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비 오는 날의 바다처럼 모호한 경계를 오가며 살아가는 것이 과연 참다운 삶인가?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어찌 보면 세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하는 것이고, 그 변하는 내 모습이 지금의 내 마음이 머무는 곳 아닐까’(2부 「내가 머무는 곳」)
진정한 자연인이 되고 나니 참다운 삶을 발견한 것이다. 신찬인 작가에게 글은 그렇게 다시 도래하는 미래인 셈이다. 미래는 두려움을 떨치고 맞이하는 수련임을 보여주는 대목에서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마음에 평온함이 찾아오면, 그때부터는 평온함을 유지해야 한다. 자신을 괴롭혔던 잡념이 무엇인지를 규명해 본다. 그리움일까, 아쉬움일까 아니면 욕망일까. 막연하고 애매한 많은 생각을 명확하게 대상화하는 것이다. 필요 없는 감정이나 잡념을 내가 아닌 대상으로 인식하고, 그것이 명료해지면 어떤 잡념이었는지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준다. 그리곤 마음에서 놓아버리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부단한 수련이 필요하다.’(5부 「잡념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