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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법률가들

히틀러의 법률가들

  • 헤린더 파우어-스투더
  • |
  • 진실의힘
  • |
  • 2024-10-28 출간
  • |
  • 408페이지
  • |
  • 148 X 210mm
  • |
  • ISBN 979119850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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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현대 민주주의를 확립한 바이마르공화국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한 나치로 이어졌을까? 어쩌다가 인류 역사에 다시 없을 온갖 참상과 홀로코스트로 치달았을까?’

나치 독일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히틀러의 법률가들』은 나치 독일의 숨은 조연, 히틀러와 나치에 동조하고 정당화했던 법률가들에 초점을 맞춰 답을 구한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경멸”한 바이마르공화국 법률가들이 히틀러의 전제권력과 나치의 법체제 수립을 위한 이론을 제시하고 폭력적 권력 행사를 정당화한 과정을 상세히 살펴본다. 저자는 법 ㆍ 역사 ㆍ 정치 분야의 최신 연구를 기초로 나치 법률가들이 저지른 법 규범의 전복을 정밀히 추적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창안한 기괴한 법사상과 이론을 낱낱이 밝힌다. 그 결과 “민주주의 규범의 전복과 제도의 파괴에 팔을 걷고 나선 나치 법률가들의 화려한 이력서”(이동기 강원대 대학원 평화학과 교수)가 태어났다.

이 책의 미덕은 나치 법률가와 사법제도에 대한 평면적 연구에 그치지 않고, 나치의 법 규범과 제도가 만들어진 사회적 ㆍ 정치적 맥락을 기초로 법철학적 평가를 새롭게 했다는 점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나치의 법은 전후 법학자들이 일반적으로 평가해온 것처럼 “도덕과 분리된 ‘악법’ 체계”가 아니라 도덕과 법을 전면적으로 통합한 체계임을 밝히고 법이 정치 이데올로기에 굴복하다 보면 국가권력이 일반적인 도덕과 법 기준을 전부 위반해도 이를 막는 데 실패할 수 있다”(17~18쪽)는 사실을 입증한다.

“드디어 나치 법에 관한 믿을 만한 입문서가 나왔다”(옌스 메르헨리치, 런던정치경제대학 국제연구센터 소장)거나 “복잡한 역사적 현실에 우리의 주의를 환기함으로써 나치 법에 대한 법학적 논의에 엄청나게 가치 있는 기여를 했다”(라르스 빈크스 케임브리지대학 법학 교수)는 연구자들의 평가는 이 책의 가치를 가늠케 한다.

저자인 헤린더 파우어-스투더는 나치 독일을 사례로 법의 합리성과 규범성을 연구하는 정치학자로, 스탠퍼드대학을 거쳐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윤리학 ㆍ 정치철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콘라트 모르겐: 나치 판사의 양심』(J. 데이비드 벨레만 공저, 2015), 「한스 켈젠의 법실증주의와 나치 법의 도전」(2014) 등 나치 독일의 법을 다룬 다수의 책과 논문을 쓴 나치 법 전문가다. 저자는 나치 법률가들이 쓴 원전을 풍부하게 인용해 그들의 생각과 주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면서도 어렵고 까다로운 법개념과 이론을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게 썼다. 90여 쪽(745개, 한국어판 기준)에 달하는 미주는 연구의 폭과 깊이를 보여준다.

『히틀러의 법률가들』은 과거 독일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위기상황에서 한국의 현실을 이해하는 데에도 의미 있는 준거가 될 수 있다. 이 책이 그려낸, 민주주의를 경멸하는 법률가들이 어떻게 정치 권력을 정당화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한국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을 마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법’의 이름으로 폭력과 인권 침해를 저지르며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정치권력을 정당화하는 데 법률가들이 앞장서온 어두운 역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엘리트 법관들이 정권과 결탁해 사법부의 존재근거를 무너뜨린 ‘사법농단’ 사태와 “법치주의”를 내세우며 집권한 정권이 검찰 권력을 바탕으로 법치를 무너뜨리는 현재의 모습과 나치 법률가들의 행태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의문이다. “20세기 전반 독일처럼 21세기 전반 한국에도 인권의 깊이와 민주주의의 무게를 채 채어보지 못한 채 법전만을 급히 외운 법률가들”(이동기)은 물론 과거의 국가폭력을 성찰하고 법이 정치의 도구로 악용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깊이 있는 성찰의 지점을 제시할 것이다.

바이마르공화국 사법제도와 나치 사법제도의 연속성

『히틀러의 법률가들』은 나치 사법제도를 도덕과 분리된 ‘악법’ 체계로만 이해하던 기존 인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히틀러에게 절대권력을 부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수권법」, 「민족과 국가 수호를 위한 제국 대통령령」 등은 ‘독재조항’이라 불리던 바이마르공화국 헌법 제48조에 기반했다. 제48조는 대통령에게 긴급명령을 통해 군사력 지원을 요청할 권한, 거주의 자유 ㆍ 표현의 자유 ㆍ 집회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헌법 조항을 폐지할 권한을 부여했고 사민당 정부는 실제로 이 권한을 활용해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히틀러 역시 이 조항을 활용해 긴급명령을 공포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박탈했다. 나치 법률가들은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여러 차례 있었던 긴급명령에 의한 통치와의 연속성을 지적하며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것은 적법하다”고 주장했고(73~74쪽) 독일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물론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바이마르공화국은 극우파와 급진좌파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대통령에게 막대한 권한을 부여했지만, 나치는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위해 긴급명령을 악용했다. 그렇다고 해도, 나치가 외형으로나마 바이마르공화국 헌법을 계승했다는 점에서 나치 사법제도를 그저 일탈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나치 시대의 사법제도는 심각하게 왜곡됐지만 ‘합법성’의 외피를 두르고 있었다. 나치는 자신들의 권력 강탈을 정당화하려 했고, 실제로 형식적이나마 합법성의 외피를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에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그 일을 가능케 했던 이들이 바로 ‘히틀러의 법률가들’이었다. “나치 성향의 법률가들은 의회민주주의를 ‘공허한 법적 형식주의’라 공격했고 가치다원주의와 자유주의적 관용을 ‘윤리적 혼란’의 원흉이라고 비판했다.”(39쪽) 이들은 나치의 집권을 ‘합법적 혁명’이란 말로 호도했다.

쇼이너는 혁명은 법을 위반하기 마련이지만, 민족사회주의 혁명은 달랐다고 주장했다. 그 신중한 계획, 치밀한 정치조직, 통제 불가능한 세력을 풀어두지 않은 것에서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치 혁명은 민족공동체의 사후 인정과 동의로 그 정당성과 합법성을 확보했다고도 역설했다.(76쪽)

형법의 도덕화, ‘의도’ 중심의 나치 형법 탄생

개인의 윤리적 성향, 태도, 동기 등과 같은 도덕의 영역과 법의 영역을 구분하고 도덕의 영역에 대해 중립을 지킨 바이마르공화국과 달리 나치는 “민족사회주의 세계관에 부합하도록 독일법을 재정비”(한스 프랑크 독일법학술원장)한다는 명목으로 법과 도덕을 통합했다. 법과 도덕의 통합은 법을 ‘도덕적으로 옳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내면에 속하는 가치판단과 생각, 즉 정신적 영역을 국가가 통제하고 양심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제3제국은 전체주의 특색이 뚜렷한 국가로 빠르게 변모했다. 기본적인 시민권과 자유를 제한했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이던 바이마르 시대에는 국가의 통제 바깥에 있던 사회적 삶의 영역들, 이를테면 여가 활용, 배우자 선택, 자녀계획 등까지도 직접 개입하고 나섰다.(27쪽)

법과 도덕의 통합이라는 나치 사법제도의 특성은 형법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나치 체제에서 형법은 국가가 시민을 지키기 위한 사법적 수단이라기보다, 민족공동체의 순수성과 정권이 가진 불가침의 권위를 위협한다고 여겨지는 ‘범죄자’들을 겨냥했다. 나치 법사상가들은 “법률뿐 아니라 민족공동체에 대한 충성 의무를 위반한 경우까지도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수정할 방법을 찾았다.”(106쪽)

대표적 수단이 ‘의도’ 중심으로 형법을 바꾼 것이다. 전통적 형법은 범죄의 구성요건과 사실을 중시했지만, 나치 법률가들은 범죄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범죄의 성공 여부는 대개 운에 달렸기에 성공과 실패에 따라 형량 차이를 두는 것은 부당하며, 범죄자의 의도 자체를 파악해 의도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범죄와 범죄자 개인의 특성을 연결하는 범죄자 유형론 개발로 이어졌다. 또한 사회를 방위하려면 범죄가 저질러진 다음에 진압하는 대신 범죄 의도가 발현되기 전에 억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자유주의 형법에서는 허용되지 않던 과도한 형사 조치들을 도입했다.

각종 처벌은 권위주의적 국가의 정치적 조치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판사는 총통의 의지를 실행하는 거수기가 돼버렸다. 점차 판사들의 주된 관심사는 범죄자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가 되어버렸다. 피고가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릴 사악한 사고방식을 가졌다는 의심이 들면 사형도 적절한 처벌이라고 여겼다.

형법의 도덕화는 정치적 악용을 부추겼다. 저명한 법이론가들이 윤리적 의무로 간주하며 “민족의 건전하고 올바른 인식”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던 것들이 무수히 많은 형사사건들로 이어졌고, 저지른 ‘범죄’라고는 민족의 풍속과 질서라는 기준을 공유하지 않거나 그에 부합하지 못했을 뿐인 사람들이 사형까지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144~145쪽)

사실과 규범을 뒤섞어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다

인종주의는 초창기부터 나치 운동의 핵심이었다. 나치당 강령 제4조는 “오직 민족동지만이 시민이 될 수 있다. 민족동지는 신앙과는 상관없이 독일혈통이어야만 한다”라고 명시했다. 나치 법률가들도 인종을 법의 핵심 개념으로 삼았다. 독일법학술원 회원이던 오토 쾰로이터는 “민족의 생활질서로서 민족주의적 법치국가의 토대는 민족이며, 그 인종적 본질 및 신체 건강한 구성원의 보존이야말로 모든 정치적ㆍ문화적 진보의 토대다”라고 주장했다. 독일의 법과 정의에 따를 수 없는 이질적 인종, 특히 유대인에 대한 차별을 법의 이름으로 정당화했다. “아리아인 혈통이 아닌 공무원은 퇴직처분한다”라고 규정한 「직업공무원제의 재건을 위한 법」, “유대인과 독일인 또는 독일 관련 혈통의 국민” 간의 결혼을 금지한 「독일혈통 및 독일명예 수호를 위한 법」 등을 만들었다.

나치 법률가들은 당시 유행하던 인종차별적 담론을 자연과학적 ‘사실’이라고 주장했고, 그 ‘사실’을 토대로 다른 인종의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는 ‘당위’를 끌어냈다.

나치 사상가들은 ‘사실’과 ‘당위’의 구분을 인정하지 않은 채 경험적 차원에서 규범적 차원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에 도움이 되면 두 차원을 쉽게 뒤섞어버렸다. 이들 사고방식의 내적 논리에 따르면, ‘자연과학적’ 전제로부터 규범적 결론과 의무적 명제를 도출하는 것은 전적으로 허용되는 것이었다. 이런 전략은 이후 통과된 인종주의 법에 사이비 과학적 근거를 부여했다.(168쪽)

나치 국가의 구조와 나치 법률가들의 역할

나치 법률가들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나치 법을 주도적으로 기획한 이는 나치고, 관료와 법률가들은 그 부작용을 완화하려 최선을 다했다는, 이른바 ‘깨끗한 관료 체제’신화에 대해 저자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 신화에 따르면 “대량 학살로 직결된 나치 정권의 인종 이데올로기 실행에 대한 책임”(178쪽)은 나치당, 나치 친위대, 보안국, 게슈타포 등의 기관들에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유대인 말살의 실행방법을 논했던 반제회의에는 롤란트 프라이슬러, 빌헬름 슈투카르트 등의 관료들과 법률가들이 참석했다. 또한 “행정기관, 특히 슈투카르트 관할의 인종 문제 담당부서는 반유대주의 정책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최종 해결’ 실행에 계속 적극 관여하고자 했다.”(181쪽)

이 사례는 나치 독일의 작동 방식을 잘 보여준다. 정치학자 에른스트 프랭켈은 나치 독일을 법에 따라 작동하는 규범적 국가와 법 바깥에서 자의적 개입, 조치, 명령을 통해 권한을 행사하는 특권적 국가로 구성된 ‘이중국가’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중국가’ 개념은 나치 정권 내에 존재한 두 국가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행사하는 두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 ‘최종 해결’처럼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 것은 나치당 등의 특권적 국가였지만, 규범적 국가에 속한 관료들과 법률가들도 그 실행에 협력했다.

행정 각료들이 대규모 집단학살의 결정과정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행정과 ‘최종 해결’이 무관하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행정 관료, 특히 내무부의 법률가들이 만들고 작성한 유대인 말살 계획에는 법률 용어 이면의 숨은 의미가 있었다. 행정 당국의 법률가들이 인종학살을 막기는커녕 더욱 수월하게 만든 셈이다.(179쪽)

나치 법률가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들 중 일부는 나치 친위대, 제국 보안본부 등의 특권적 국가에도 참여했다. 또한 모든 사회 영역을 아우르는 ‘전체국가’를 개념화한 카를 슈미트, “국가의 전체성은 전체 사상과 전체 인민을 지켜낸다”라는 말로 전체국가를 옹호한 에른스트 루돌프 후버, 경찰이 “모두가 민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민족의 가치를 유지하고 창출하는 역할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 발터 하멜, “독일 정치체의 위생을 신중하게 감독하는 기관”으로 경찰이 ‘인종 위생’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 베르너 베스트 등 여러 법률가가 다양한 방식으로 나치 이데올로기 정당화에 앞장섰다.

전반적으로 법률가들은 악명높은 인종 이데올로기와 총통에 대한 사실상의 신화적 지위 등을 포함한 국가사회주의 원칙을 기반으로 국가기관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 … 법이론가들은 국가의 기반을 의도적으로 나치 운동의 이데올로기적, 정치적 개념에 결부시킴으로써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과 국가의 통합 원칙을 받아들여 당의 법을 국가의 법으로 격상했다. 그리고 이들은 힘, 통합, 정의 면에서 구식체계보다 우월하다는 새로운 정치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총통에게 광범위한 권력을 부여하는 것도 정당화했다.(103~104쪽)

법과 도덕의 딜레마

『히틀러의 법률가들』은 나치 법의 문제가 잘못된 도덕 관념에 있다는 주장도 반박한다. 도덕적 진실은 사회적 관행과 맥락 속에서 해석되기 때문에 온전한 도덕과 왜곡된 도덕을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치 사법제도의 왜곡은 바로 이 단계에서 이뤄졌다. 법과 도덕을 통합하면서 선과 악, 옳고 그름에 관한 전통적 도덕률을 완전히 재해석함으로써 법의 의미를 왜곡하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나치는 ‘품위 ㆍ 명예 ㆍ 충성 ㆍ 용기 ㆍ 정직’등의 덕목을 강조했는데, 이런 덕목은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거나 부도덕하지 않다. 나치는 이런 덕목의 의미를 재해석해서 법치 사회의 전통적 도덕에 따라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의미와 나치 이데올로기에 따라 왜곡한 - 법치 사회에서는 금지된 내용의 - 의미를 뒤섞었다. 예컨대, 충성은 총통과 ‘독일적인 것’에 대한 충성, 용기는 그를 위해 유대인 같은 국가의 적을 배제하고 학살할 용기로 해석했다. 그 범위에서는 품위와 명예, 정직을 찬양했다. 그 결과 무제한적 전쟁과 학살이 오히려 윤리적 의무인 것처럼 간주되는 전복된 규범 체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다. 나치 치하에서 사람들의 양심이 쉽게 마비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체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덕 질서를 변형시킨 나치 국가, 특히 나치 친위대는 윤리적 의무가 무제한적 전쟁, 그리고 심지어 정치적 살인과도 혼동되는 규범 체계를 창조했다. 이 같은 새로운 규범 세계는 완전한 무도덕주의나 무한한 범죄의 세계가 아니라, 범죄행위와 살인이 윤리적 의무와 요건에 부합하는 것과 같은 전복된 질서였다.(245쪽)

나치 사법제도의 교훈

“범죄적 정치체계가 법을 도구화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히틀러의 법률가들』은 나치와 같은 사법제도의 타락을 막으려면 법과 도덕을 분리함으로써 국가권력의 한계를 설정하고 개인의 내면을 보호하는 한편, 법체계의 규범적 요건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철학자 론 풀러의 제안에 따라 저자가 제시하는 법체계의 규범적 요건은 공표성 ㆍ 투명성 ㆍ 이해 가능성 ㆍ 신뢰성 ㆍ 예측 가능성 ㆍ 일관성 ㆍ 자의적 소급 입법 방지 등이다.

예컨대, 나치 법률은 범죄 구성요건을 추상적으로 정해 처벌받는 행위와 처벌받지 않는 행위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했을 뿐 아니라 ‘유추’를 허용해 처벌 규정이 없는 행위도 처벌할 수 있게 함으로써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 일부 법률가들은 “법적으로 규제되지 않은 사실에 전체 법질서에 내재된 법 관념을 적용하는 것”(카를 지게르트)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민족의 건전한 인식’이었는데 이는 나치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판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자의적 처벌로 이어졌다.

저자는 유대인과 소수 민족, 장애인에 대한 집단학살이 공식적으로 공포된 법령이 아니라 히틀러의 비밀 지시에 따라 저질러진 사실을 언급하면서 법체계의 규범적 요건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히틀러조차도 공포된 법령의 형태로 집단학살을 명령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사실은, 공포된 법령만 효력을 가진다는 조건을 지켰을 경우 나치의 범죄가 역사상 최악으로 치닫는 것은 막을 수도 있었음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밀주의야말로 전체주의 체제가 정치적 범죄성을 드러내는 주요 도구라는 점을 지적한다.

전체주의 체제가 권력을 행사하고 정치적 범죄성을 드러내는 주요 도구는 비밀주의다. 총통의 명령을 공포하라는 요건만으로도 나치 정권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270쪽)

『히틀러의 법률가들』은 단지 나치에 영합한 일부 법률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법이 있는 한 영원히 존재할 보편적 딜레마에 관한 이야기다. 그 딜레마 앞에서 고민하며 때론 권력에 영합하고 굴종하는 법률가들의 이야기인 동시에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퇴행이 현실화하는 위기 상황에서 법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억압에 맞서 자유를 지키려는 모든 나라의 시민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목차

감사의 말

1장 서론
1.1 민족사회주의 법: 지침과 제도들
1.2 이론적 토대
1.3 이 책의 개요

2장 바이마르공화국에서 제3제국으로
2.1 “실체 없는 국가”: 바이마르 민주정에 대한 민족사회주의 사상가들의 경멸
2.2 바이마르헌법: 정치적 타협의 문서인가?
2.3 제48조
2.4 프로이센주 대對 제국: 국사재판소의 판결 및 카를 슈미트와 한스 켈젠의 논쟁
2.5 맺음말

3장 총통국가
3.1 독재로 가는 길
3.2 민족사회주의 혁명의 특수한 성격
3.3 국가질서와 민족공동체
3.4 권위주의 국가인가, 전체국가인가?
3.5 민족사회주의 국가의 헌법적 원칙
3.6 총통의 규범적 지위
3.7 맺음말

4장 민족사회주의 형법
4.1 형법 개혁을 위한 첫걸음
4.2 제3제국 형법의 이데올로기적 지침
4.3 범죄 억지와 보복
4.4 명예 처벌
4.5 ‘처벌 없는 범죄는 없다’와 형법에서 유추의 허용
4.6 의도 중심의 형법 개념
4.7 나치 형법 1939-1945
4.8 맺음말

5장 인종주의적 입법
5.1 들어가는 말
5.2 나치의 인종 독트린
5.3 인종 이데올로기와 법이론
5.4 뉘른베르크법
5.5 뉘른베르크법에서 홀로코스트까지
5.6 맺음말

6장 경찰법
6.1 들어가는 말
6.2 경찰 통제를 둘러싼 갈등 1933-1936
6.3 경찰권력의 이념적 토대
6.4 힘러 휘하에서 확장된 경찰권력
6.5 맺음말

7장 나치 친위대의 사법관할권
7.1 들어가는 말
7.2 나치 친위대의 사법체계: 법적 기준과 친위대 정신 사이
7.3 법령을 초월하다: 나치 친위대 판사 노르베르트 폴의 이론적 고찰
7.4 “정의광”, 나치 친위대 판사 콘라트 모르겐
7.5 맺음말

8장 민족사회주의가 추진한 법의 도덕화
8.1 법실증주의에 대한 민족사회주의 법사상가들의 공격
8.2 내적 자유의 소멸
8.3 나치의 법은 무효인가?
8.4 법치의 조건
8.5 맺음말


인물 약력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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