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건강에 대한 무의식적 확신
40대 중반쯤 발현되는 노안은50대 초입에 녹내장 가능성과 함께 진단받기 일쑤고,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은 아무 문제 없이 꽁꽁 숨어있다가50대가 되면서 한꺼번에 찾아오기도 한다.
어떤 병명을 얻거나 몸이 예전처럼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낄 때까지 그리고 내 몸이 다급하게 신호를 보내기 전까지, 다들 건강을 무의식적으로 과신한다. 40대까지는 대부분 건강을 자신하거나 몸의 회복력을 믿고 있다가, 50대가 되어서야 내 몸이 더 이상 청춘이 아님을 깨닫기 시작한다.
저자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온몸 구석구석 안 좋은 신호들이 ‘잠재적’에서 ‘구체적’으로 바뀌기 전까지 서문의 고백처럼 몸을 함부로 굴렸다. 하지만 오십의 몸은 마흔의 청춘을 버리고 배신을 하기 시작했다.
2. 나빠진 건강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저자는 흡연 외에 특별히 건강에 나쁜 영향을 주는 어떤 것도 한 게 없으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믿었다. 가족력도 없고 술도 거의 못 마시니, 당뇨나 혈관 같은 질환은 남의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
코로나가 전세계적으로 휘몰아친2020년 초반, 우리나라 나이로50세에 이르자 자신과 전혀 관계없을 것 같았던 각종 질환이 한꺼번에 저자를 찾아왔다.
제일 먼저 한 일은 금연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금연 이후 생긴 식욕으로 생각지도 못한 당뇨를 만난다. 그리고 건강식으로 먹은 견과류는 뱃살을 늘리는 원인이 되었다. 내장 지방에 당뇨, 몸은 어느새"작지만 깊은" 성인병의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몸을 믿었고 건강을 위해 살았다 자부할지라도 불쑥 찾아온 문제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탄수화물을 줄이는 게 중요해 밥을 안 먹었지만 케이크 한 조각을 간식으로 먹은 게 원인일 수 있고, 열심히 운동했지만 새벽까지 깨어 있던 올빼미 생활이 건강 악화의 주범일 수도 있다. 그리고 식사 시간에"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즐긴 반주 한 잔이 건강 악화를 가져왔을지도 모른다.
3. 3년간 이론을 숙지하고 몸으로 실험
나빠진 건강을 되찾기 위해 저자는 ‘공부’를 시작한다.
체질이 개인마다 다르고 음식이나 운동의 효과가 제각각이어서 여러 매체를 통해 통용되는 이론을 공통 분모로 삼고, 자신의 몸을 분자로 삼아 최고의 결괏값을 얻으려 했다.
먼저, 금연에 대한 도전은 ‘미래의 기억’으로 ‘과거의 기억’을 떨쳐내는 전략을 썼다. 담배를 계속 피울 경우 미래에 있을 병치레를 고민하는 방법으로 달콤했던 과거의 기억을 지워냈다.
당뇨의 문제는 식습관의 원칙(소위"반찬순")을 적용하는 전략을 썼다. 밥 한 공기 대신 ‘반’공기만 먹고, 최대한 ’찬"찬히 먹으며, 먹는"순"서를 지켰다. 인슐린의 급격한 증가를 막는 최소한의 해법이었다.
점점 늘어나는 체중에 대한 대비도 미룰 수 없었다. 여러 실험 끝에 자신만의5계명을 만들었다. 1)채소로 배를 채운다2)국과 주스(탄산음료)는 피한다3)먹으면 반드시 움직인다4)하체 근력 운동을 한다5)밤12시 이전에 취침한다. 저자가 여러 번의 실험 끝에 찾은 원칙이었다.
4. 건강 실험으로 확실히 알게 된 사실들
저자의 직접적인 실험은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던 건강 지식을 확실히 다지는 역할을 했다. 이 중에는 기존 이론에는 반하지만 저자에게는 유용한 것들도 있다. 미디어에서 말하는 건강 지식이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통용되기는 어렵다는 걸 알 수 있는 지점이다.
1)운동은 식사 전이 나을까, 식사 후가 나을까. 공복 상태에서 운동을 하면 태워 낼 탄수화물이 거의 없으니 지방을 태우는 효과가 빠르지만, 당뇨 위험군이라면 저혈당과 맞닥뜨릴 수 있다. 당뇨 끼가 있는 사람이라면 식사 후 운동이 더 안정적이고 적합하다.
2)금연 후, 180cm에72kg이라는 정상 비율의 수치를 갖게 되었지만 저자에게는 ‘위험" 신호였다. 같은 키와 몸무게라도 허벅지보다 배에 살이 더 모여있다면 마른 비만의 전형이어서 대사 질환의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찾은 건강한 신체 수치는180cm에64kg이었다.
3)저녁 식사는 ‘많이’먹더라도 ‘일찍’먹는 게 체중 조절에 더 유리하다. 저녁6시에 밥 한 공기를 먹는 것과 저녁8시에 밥 반 공기를 먹을 때, 더 적게 먹는 쪽이 유리할 것 같지만, 실험 결과는 먹는 시간에 체중이 더 쉽게 좌우되었다(최소12시간의 금식 유지가 중요). 이 또한 몇 차례의 실험 끝에 찾아낸 습관이다.
4)저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 적(敵)은 아메리카노(커피)였다. 고온 압축 방식으로 커피를 짜낼 때 발생하는 크레마가 콜레스테롤 생성의 원인이었다. 저자는 아메리카노 대신 다른 커피를 택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인스턴트 알갱이 커피나 핸드드립으로 추출한 커피가 혈관 건강이 있는 이들에게 더 낫다.
5)저자는 하루라도 운동하지 않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까 불안했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매일 운동이 체중 조절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격일 운동’이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었다. ‘강강강’의 자세보다 ‘강약중’같은 리듬이 몸에는 더 좋다.
5. "의학 다큐"에서 ‘의학 드라마’
저자는 자신이 직접 확인한 건강 지식을 누구나 알기 쉽게 비유적으로 설명한다. 다음은 주요 사례다.
1)“사랑이 허리 상학적 관념과 허리 하학적 욕망의 끊임없는 투쟁인 것처럼, 당뇨 역시 뱃살과 허벅지의 총성없는 전쟁”(38쪽)
2)"인슐린은 쉽게 비유하면 택배기사로 우리가 먹는 음식물이 포도당으로 바뀌면 그걸 몸속 곳곳으로 운반해주는 역할을 한다."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가장 빨리 바뀌기 때문에 넘치는 에너지를 인슐린이 빨리 배달을 해야 하는데,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물건을 놓치게 된다. 물건을 놓칠 때(배달을 제때 하지 못할 때) 몸에서는 인슐린 저항성이 만들어진다(배달에 저항하기 때문에).”(38쪽)
3)"식사하면 혈당이 오르는데, 여기에 과일까지 들어가 과당이 올라가니 혈당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일이 식사 후 위로 내려가면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 "먼저 내려간 밥과 고기 등에 가로막혀 위에서 정체가 시작되면 과일은 기다리다 지쳐 소장으로 가지 못한 채 발효를 시작한다." (111쪽)
어려운 의학 용어 대신 스토리를 넣고 비유적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저자의 체험담이 투영되어, 책은 여러 개의 흥겨운 에피소드가 모인 드라마처럼 읽힌다.
6. 실제 루틴이 되기까지
저자는3년 동안 상식처럼 알고 있는 습관을 단순히 확인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잘 지키며 루틴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과정 또한 놓치지 않는다.
저자는 우선 식이 조절에서"멋"을 위해"맛"을 버리지 않았다.
다이어트으로 만들어지는"멋"진 몸매를 위해"맛"있는 음식을 외면하지 않고"맛"을 유지하면서도"멋"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래야 루틴이 되고 생활 속 습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탄수화물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밥과 빵 그리고 면을 즐기는 방법을 찾아낸다.
지중해식 식단을 위한 샐러드 만들기는 무척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알면서도 잘 지키기 어려운 습관이다. 저자는 음식 준비가 좀 더 재미있는 습관이 되도록 야채 탈수기를 구입하는 등 주방 디지털기기에 관심을 갖는다. 남성들이 주방과 친해지고 좋은 식재료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좋은 팁이다.
이밖에도 냉장고를 주방에서 멀리 둠으로써 자연스럽게 일상 속 ‘잔운동’방법을 찾거나, 음식 준비의 지루함이나 달리기의 고단함을 없애기 위해 특별한 음악을 선곡하기도 한다.
저자는"단 하나의 건강 습관"이 어떻게 일상 속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찾고 실험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7. 몸으로 시작해 정신을 강화하는 훈련
저자가 찾은"단 하나의 건강 습관"(덜 먹고 우직하게 달려라)은 제목 의미 그대로 우리 몸에 필요한 행동 원칙이지만, 정신력 강화와도 연결이 된다.
저자는 당뇨와 콜레스테롤의 문제로 시작해 건강 습관을 찾고 실천한 끝에 각종 건강 수치를 정상으로 돌려놓았다. 몸에 근육도 제법 붙었으며 식습관 유지도 안정적이었다. 하지만2년째부터 몸은 다시 게을러졌고, ‘어제의 좋은 습관’이 ‘오늘의 나쁜 버릇"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좀 더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저자는 이런 담금질의 과정이 정신력 강화와 연결되는 일종의 수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각종 성인병에 맞서 팩트를 확인하고, 자신의 몸을 실험 도구로 삼은 경험은 내 몸에 어떤 변화나 안 좋은 신호에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저자가 몸을 관리한 지3년이 지난 어느 날, 담낭에0.7cm 종양이 발견되고 화장실에서 넘어져4군데 안면골절이라는 부상까지 입었지만, 이를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 역시 좋은 습관에서 찾는다.
이 책은 단순히 몸의 건강만을 얘기하지 않고,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오늘의 나"와 마주하는 성숙한 자아의 성찰에도 지면을 할애하며 곱씹는다.
8. Stay Hungry. Stay Foolish(덜 먹고 우직하게 달려라)
책은 결국 건강 습관에서 시작해 삶의 원칙과 철학을 다루는 영역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이 애플의 창시자 스티브 잡스가2005년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장에서 했던 연설문의 한 구절"스테이 헝그리. 스테이 풀리쉬"(Stay Hungry. Stay Foolish)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다, 라고 말한다.
잡스가 졸업생들에게 전한"항상 열망하라. 항상 우직하라"는 의미는 저자가 지난3년 동안 실행해 온 가장 확실한 건강 습관과 같으며 인생에 필요한 소중한 철학이기도 하다.
덜 먹는 것처럼 무언가를 늘 갈망하고, 가쁜 숨을 몰아쉬어도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처럼 부단한 노력으로 한곳에 매진할 수 있는 태도야말로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단 하나의(몸과 정신의) 건강 습관"인 셈이다.
지난3년의 여정을 통해 저자가 결국 찾아낸"집요함"과"갈망"이라는 태도는 이제50세를 바라보거나 넘긴 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제2의 습관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