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도, 형체도, 밑도 끝도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참 안 괜찮았던 내가 괜찮은 내가 된 것은, 내가 가진 것을 인정하기 시작한 때부터입니다.
그것이 언제부터였다고 선을 그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참으로 많은 시간에 무수한 시달림이 끝에, 참으로 내가 나를 무던히도 괴롭힌 끝에, 참으로 모질게도 나를 미워하고 학대한 끝에, 옹이가 베인 상처투성이로 뾰족하게 산 후에, 결국, 나이만큼 쌓이고 쌓인 상처와 맞서고 싸우고 대화하고 나서였습니다.
나는 끝없이 괜찮고 싶었고 여전히 쫓았으니까요.
이제, 내가 원하는 삶은 남이 아닌 나로서 내가 사는 삶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 후에 삶을 빼고 나누어 흐리게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더해지고 곱해져 선명해졌고, 요즘에는 ‘하다 보니’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작정하고 한 모든 것들은 내 옆에 있지 않고, 되레 생각 없이 뚜벅뚜벅 천천히‘하다 보니’ 쌓인 것들이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다 보니 사귄 사람과 정답게 만나고, 하다 보니 쌓인 일을 즐겁게 해내고, 하다 보니 정이 든 나와 사이좋게 지내면서이 정도면 참 괜찮다, 생각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괜찮고 싶었던 시절, 괜찮은 걸 찾아 헤매던 것들을 부끄러움 없이 내놓으니 머물고 싶은 곳을 찾아 잠시 쉬어 가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다 보니 쌓인, 나의 것이 무엇인지 마음을 다해 한 번만 돌아봐 주시길 바랍니다.
그것이 바로,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여러분의 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