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이 조금 길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이다. 이 책은 국어사전을 편찬하는 최종규 작가가 ‘새파란 젊은 사전편찬자’로 살던 나날부터 ‘두 아이 아버지’로 시골에서 살림살이를 하는 오늘 사이에, 만나고 듣고 겪고 배우고 돌아본 ‘책숲·책집’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추스른 글과 빛꽃(사진)으로 묶었다.
왜 들꽃내음인가? 작은책집이 깃든 곳은 으레 마을 안쪽이라서, 작은책집을 찾아나서려면 늘 골목마실을 하게 마련인데, 골목길이란 들꽃과 마당나무가 조촐히 어우러진 작은숲이다. 처음에는 책집만 찾으려고 골목을 거닐었지만, 책집을 둘러싼 골목집에서 흐르는 풀꽃내음을 맡으면서 발걸음이 바뀌었다.
글쓴이는 1994년 8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책숲(책집)을 다니며 책을 왜 읽었지, 또 책을 왜 못 읽었는지,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읽었는지, 또 아이를 낳아 돌보면서 책을 다시 못 읽을 적에는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뚜벅뚜벅 걷듯이 글과 빛꽃으로 남긴다. 이 책에 담은 사진은 모두 흑백필름 사진이고, 거의 모두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전 모습이다.
글쓴이 최종규 씨는 책값 500원이나 1000원을 제대로 치르기도 버거운 주머니였다면서도, 비싼 필름을 장만해서 오래도록 작은책집을 빛꽃으로 담았다. 우리나라가 눈여겨보지 않을 뿐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그리 들여다보지 않는 작은책집과 마을책집이야말로 책빛이 책숲으로 피어나는 샘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마을사람 곁에서 조용조용 책빛을 나누면서 책씨를 나누던 작은책집 이야기를 스무 해 만에 여밉니다. 표지에 나온 부산 〈고서점〉에서 만난 아이가 벌써 스무 살이 넘었다고 하네요. 노란 속표지에는 이 책에 나온 작은책집 이름을 모아 봤어요. 작은책집을 다녔던 서른 해 글더미에서 조금조금 추려서 서른걸음 이야기꾸러미를 묶었어요. 여러분도 책숲마실을 하면서 어린이가 그림책 한 자락을 노래하듯 작은책을 눈여겨보고 사랑해 주기를 바랍니다.” 하고 출간 소감을 띄운다.
“널리 알려진 책을 읽어도 좋지만, 여태 몰랐던 작은사람이 쓴 작은책을 알아보고 살펴보고 만나면서 즐거운 작은책집이요 마을책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느긋이 거닐며 책숲마실을 할 적에, 우리 마음에 책씨앗 한 톨이 깃들 만하리라고 느껴요.” 하고도 덧붙인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책이 100만 권 읽혀도 아름다울 텐데, 아무런 문학상을 받은 적이 없는 알차고 야무진 책 1000가지가 해마다 1000권씩 팔리고 읽힌다면,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 하고도 덧붙이는데, “아무리 우람한 숲이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티끌만큼 작은씨 한 톨에서 비롯합니다. 우리가 앞으로 아이들한테 물려줄 아름나라(아름다운 나라)라면, 작은씨 한 톨로 숲을 이루듯 작은책 한 자락을 만나는 작은책집 한 곳을 사뿐사뿐 마실하면서 일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작은걸음으로 작은책집으로 작은마음을 나누는 하루를 누려 보지 않을래요?” 하고도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