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쉬지 않고 일하는 내 몸에 관하여
사람은 태어날 때 숨을 쉬고, 죽을 때 숨을 멈춘다. 여기엔 호흡, 그리고 폐, 뇌, 혈관, 심장 등의 다양한 기관들이 얽혀 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자기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건강은 무너지고 병으로 앓게 된다.
우리는 흔히 십 대인 청소년들은 모두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크게 앓거나 다치는 일 외에는 장기적으로 질병을 경험할 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에 소홀하기 쉽고 또 자신의 몸이 지닌 한계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1장은 청소년들에게 건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몸속 기관과 관련된 기념일을 풀어낸다. 저자는 구강보건, 척추, 시력의 날을 통해 몸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보여준다. 치아는 소화기관이기도 하지만 발음이나 외모에 영향을 미친다. 척추는 우리를 걷게 만들면서 동시에 섬세한 신경계를 보호해준다. 하지만 바르지 않은 자세, 스마트폰 과다 사용은 척추에 영향을 미쳐 건강에 큰 위해가 된다. 청소년이 자주 겪는 척추측만증이나 거북목 증후군의 현실을 알리며 청소년들에게 몸의 소중함을 익힐 수 있게 해준다.
인간의 진화에서 가장 큰 부분은 눈이 차지한다. 당장 불에 뭔가 타는 냄새가 나지 않더라도 불을 ‘보면’ 우리는 위험을 감지하고 화재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다. 게임과 유튜브 시청으로 시력이 악화된다는 것은 결국 다른 감각을 보완해주는 눈이 약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날들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하며 저자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몸을 더 아낄 수 있도록 이끈다.
언제부터 병으로 죽지 않게 됐을까
몸을 알았다면 이제 병을 알아볼 차례다. 2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일상을 위협하는 병들을 알려준다. 항생제의 발명으로 사소한 감염 때문에 인간이 사망하지 않지만 결핵균은 여전히 우리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태어나면 맞는 BCG의 결핵감염 예방률도 평생 30%를 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과거의 병처럼 느껴지는 결핵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음을 알려준다.
인류의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은 자동차나 암이 아니라 바로 ‘말라리아모기’이다. 우리는 온열대 지방에 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말라리아라는 질병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아프리카 지방에서는 아직도 5세 미만 유소아들의 사망률 1위가 말라리아일 만큼 심각하다. 저자는 여기에 기후위기를 통해 모기가 더 오래 생존하고 더 넓게 퍼지면서 말라리아가 확산되는 상황을 지적한다. 또한 ‘침묵의 봄’의 원인으로 알려진 DDT가 말라리아 예방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공개하며, 빈곤과 병, 그리고 환경에서 무엇이 우선시되어야 하는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돕는다.
병보다 고통스러운 건 편견
병은 우리를 여러 면에서 힘들게 한다. 건강하지 않은 신체는 그 자체로 삶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때로 아픈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때문에 더더욱 사람들은 병을 감추고 살아간다. 이제까지 저자가 병과 몸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3부에서는 병을 잘 알지 못할 때 발생하는 편견이 사회를 어디까지 황폐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때 나병으로 불렸던 한센병 환자들이 소록도에 모여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갔던 이야기, 뇌전증 환자들이 여전히 취업과 결혼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에 속하지 못하고 배제되는 현실을 10대들이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로 차분히 풀어낸다. 무지 속에 있을 때 차별은 더욱 악화된다. 의학 기념일은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차별을 철폐해가는 역할을 한다. 한 번쯤 들었던 사건으로 시작해 병이 발생하는 원인과 그로 인한 결과를 살피다 보면 병은 무섭고 피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서로 도울 때 극복할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된다.
서로를 돌봐야 모두가 건강해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지 과거의 업적을 되새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의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우리도 여전히 질병과 싸우고 있으며,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싸움은 결코 의사들만의 몫이 아니다. 소아암에 걸려 크리스마스를 혼자 외롭게 보냈던 세이디 켈러는 질병에서 회복된 후 전국에서 1만 개가 넘는 인형을 기부받아 크리스마스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소아암 환자에게 선물한다. 이것을 시작으로 재단을 만들어 소아암 환자의 쾌유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바로 모두의 건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병 없이 살아가는 사회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아픈 사람들을 배제하는 폭력적인 곳일 수 있다. 이 책은 병 때문에 고립되지 않고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으며 모두가 아픔을 이해해가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바로 건강한 곳이라고 말한다. 이런 사회는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건강’은 병과 무관하게 나 자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의학의 목적이기도 하다.
저출생 시대에 여전히 반복되는 이른둥이와 부모에 대한 사회의 이해도를 확인하고, 고령화 사회에서 점점 더 문제가 되는 치매의 날을 기념하는 이유를 읽다 보면 아직도 우리에게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알 수 있다.
의학을 몸과 병, 건강, 편견 철폐와 사회적 행복 증진이라는, 다양한 측면으로 접근한 이 책은 의학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에겐 진로 탐색을 돕는 필독서가 될 것이고, 의학과 과학의 연결을 통해 사회에 대한 이해를 좀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과학 교양서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의 몸 구조부터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의학의 흐름은 물론 질병을 바르게 이해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 의학에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 만화 그리는 의사 김은중의 친근한 그림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