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의 마지막을 준비한다는 것,
엄마는 장례식을 마음에 들어 했을까?
“우리 모두는 많아야 두 번밖에 겪지 못할 부모의 죽음 앞에 영원히 초보일 수밖에 없다.”
누군가의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낯설고 어색한 일이다. 살면서 수없이 많은 죽음을 접하는데도 사람들은 죽음을 쉽게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 죽음을 상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죽음을 몰고 올 것만 같아서다. 부모의 죽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죽음 앞에서 언제나 서툴 수밖에 없다. 뒤따르는 ‘후회’라는 감정 안에는 미안함과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후회 없이 잘 떠나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책 《엄마, 장례식은 마음에 들어?》는 갑작스럽게 엄마를 떠나보낸 지은이가 전하는 죽음과 삶에 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그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그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 보편적이기도 하고 특별하기도 한 그 경험들을 들려준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남은 이에게는 생생한 현실일 수밖에 없다.
“엄마가 떠나자 굳어버릴 틈도 없이 당장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줄지어 나를 채근했다. 장례식장 크기, 수목장으로 할지 납골당으로 갈지, 부의금을 누가 받을지, 화장터로 갈 버스는 몇 인승으로 대절할지, 심지어 손님 식사를 육개장으로 할지 황태국으로 할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장례식과 삼우제가 끝나 있었다. 그 이후에도 각종 보험과 은행 업무, 유품 정리, 이사 준비 등 할 일이 태산이었다.”(6쪽)
막상 죽음 앞에 서면 떠나는 이를 향한 슬픔에 잠겨 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 수많은 결정이 기다리고 있어서다. 폭풍처럼 밀려오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정의 순간들은 시시각각 지은이를 압박한다. 그 앞에서 지은이는 과거의 엄마를 찾아내 현실로 데려온다. 때로는 농담처럼, 때로는 진지하게 풀어놓았던 엄마의 ‘말’들을 떠올리면서 퍼즐을 맞추듯 엄마가 원하는 마지막이 무엇일지 상상한다. 그렇게 삶의 마지막 잔치인 장례식을 치러낸다. 지은이의 수많은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감정이입이 되고 만다.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이기도 하고, 애써 외면하곤 했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할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크게 세 장으로 나눠 이야기를 들려준다. 1장 ‘준비하기’에서는 갑작스럽게 죽음을 통보받은 ‘엄마’의 마지막 여정을, 2장 ‘맞이하기’에서는 엄마가 떠난 이후 장례식에서부터 삼우제, 49재에 이르기까지 형식적인 의례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3장 ‘살아가기’에서는 엄마를 떠나보낸 이후 처리해야 하는 여러 행정적인 일에서부터 삶 곳곳에 드리운 엄마의 흔적을 찾고 기억하는 지은이의 모습을 담았다.
지은이는 말한다. “엄마가 암투병을 하는 동안 병간호를 하며, 엄마 장례를 치러내며 아쉬운 점들이 많았다. 특히 엄마에게 묻지 못한 질문들이 계속 생각나고 다시는 엄마에게 물어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누구에게라도 엄마가 살아 있다면 ‘이런 것들을 물어봐라, 이런 것들을 준비해라’ 붙잡고 얘기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달까. 그래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단 한 명의 사람이라도 이 글을 읽고 엄마 혹은 아빠가 떠나는 상상을 해보고, 부모님께 새삼스레 애틋한 마음이 생기고, 그날 저녁 당장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함께 식사를 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이다.
책은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수많은 죽음 앞에 서게 될 이들에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