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무수한 에너지의 역동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에너지들 가운데 인간을 가장 강력하게 추동하는 것 중 하나가 예술이 아닐까. 피아니스트 하지림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재즈라는 장르를 한국적으로 해석할 줄 아는 음악가이다. 작가로서 처음 등단하는 하지림은 4번째 발매 앨범인 [숨]과 함께 그녀의 음악 인생에 대한 사유를 담은 첫 음악에세이이다.
4집 앨범 [숨]은 타이틀곡 ‘숨’과 ‘가을바람’을 위시하여 시인과 일반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어느 누군가의 일기장이며 삶에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는 위로를, 젊은이에게는 옛날이야기와 같은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며, 피리와 소리꾼들이 함께 한 한국적이면서도 재즈적인 피아노 기법에 가사를 붙인 가요와 팝의 요소를 가미한 연주곡을 담았다.
1. ‘꽃보다 나’는 코로나 시기에 아무데도 갈 수 없이 집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야 했던 시간에 대한 보상으로 꽃보다 시리즈에서 따온 여행 가고 싶은 곳들을 가사에 담아서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 곡이다.
2. ‘가을 바람’ 은 가을에 교정을 걸으며 흩어지는 낙엽을 보며, 한때 사랑했던 이가 떠올라 그리워 하고 또 일상에 묻혀 잊혀져 가는 교차된 감정에 대한 독백 같은 곡이다. 유독 가을을 많이 타는 중년 남성의 시선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곡이다. 피아노와 보컬 듀오로 솔직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전하는 곡이다.
3. ‘숨’은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며, 우리가 내 뱉는 숨은 모두가 함께 쉬는 공기이며, 혀를 통해 말이 되기도 한다. 그것이 아픔인지 잘못인지 모른다. 모두에게 허락된 것이니 말이다. 걷고 또 걸어 아무소리 들리지 않는 그때 긴 숨을 쉬라는 조언을 남긴다. 소리꾼 안희주씨와 피리 김헤지 씨가 만나 한국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4. ‘날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싸우고 또 화해하고 그리워하는 시간들의 반복으로 서로가 서로의 일상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사랑하고, 폭풍 같은 사랑을 꿈꾸지만, 일상이 있어서 일탈을 꿈꾸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는 곡이다.
5. ‘비오는 날’은 연주곡으로 억수 같이 쏟아지는 비를 바라보면 슬픔도 기쁨도 사랑도 내 몸의 상처까지 씻겨 갈 것 같은 깨끗함을 느꼈고 그 느낌을 음악에 담았다.
6. ‘바지’ 한 연극배우가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을 수선할 바지를 세탁소에 맡기며 자신의 삶도 수선하고 싶은 마음을 가사에 담아 클래식 기타와 보컬 듀오로 만들어진 곡이다.
7. ‘짜장면 송’ 모두 짜장면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짜장면은 보통, 운동회를 마치고 졸업식을 하고 이사를 하고 나서 등 중요한 시간을 함께할 때 먹은 음식이다. 어릴 적 함께 놀던 친구들을 만나 짜장면 먹던 시절이야기를 나누는 수다 그 수다를 판소리 창법으로, 아이러니한 마지막, 빠른 라틴 리듬에 ‘얼쑤’ 하며 곡은 끝난다.
피아니스트 하지림의 에세이는 예술도 성실과 열정이 담보되어야 가능한 장르라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림의 4집 [숨]은 생의 수단인 ‘호흡’을 주제 삼고 있다. 우리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인간은 숨을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다. 그러나 보편적인 삶의 방식인 숨을 우리는 모두 다르게 느끼며 살고 있다. 하지림은 [숨]을 통해 피아니스트가 아닌 작가로 흩어진 생각의 파편들을 모아 글을 엮었다. 별것 없는 이야기들이 읽는 이들이 편하게 한숨 쉬어갈 수 있는 글과 음악이기를 기대한다.
또한, 하지림의 글과 음악을 통해 그녀가 그랬듯, 더 많은 사람들이 도전 앞에 망설이지 않길 바란다. 혹시 과거에 남겨둔 퇴색 된 열정이 있다면 다시 불태우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