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아보며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여정
38년을 교사로 살아간다는 건 대단한 책임감과 단단한 직업의식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세월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 살아온 저자는 인생의 후반기로 접어들며 과거를 돌아보는 시점에 이르렀다.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인생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그야말로 ‘가르침의 장’이었다. 교육 현장에서 장벽과 한계도 느꼈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아이들과 교류를 통해 조금이나 변화를 일으키려고 애써온 세월이었다. 톨스토이가 말했듯이 모두 세상이 변해야 한다고 느끼지만 정작 스스로 변화하는 사람은 드문 세상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은 다시 ‘새로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이 글의 제목이 ‘다시, 나의 삶으로’가 된 이유다.
저자는 중년을 "나부끼는 시절"이라고 한다. 남들은 춥다고 하는데 나 홀로 덥다고 우기는 갱년기를 겪으면서 몸의 변화를 느낀다.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하고 수시로 감정이 바뀌는 낯선 경험을 한다.
그런 시절을 순조롭게 넘기기 위해 실천하는 것은 운동과 글쓰기다. 몸을 움직이고 감사 일기를 쓴다. 블로그를 열어 매일 감사의 순간을 공유한 지 10년이 넘었다. 키워드는 "지금, 그리고 여기"다. 거창하게 하루를 정리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첩에 감사의 시간을 메모하듯 정리한다. 그날그날 감사하고 글 속에서 용서까지 구하며 정갈한 삶을 꿈꾼다. 중년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교육의 방향에 대하여
교사로서 오랫동안 바라본 교육 현장은 아쉽게도 밝은 희망이 샘솟는 곳만은 아니다. 세상이 변하는 흐름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도 교사, 학생, 학부모가 맞닥뜨린 현실은 차갑고 냉정하다. 사랑, 친구, 소통 등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가치들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되지 못하고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입할 뿐이다. 매일매일 질문하며,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연습을 하며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표정과 몸짓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는 선생님이 많아질 때 학교 교육은 질서와 중심을 잡게 되고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 건강해질 수 있다.
학교에 혁명이 필요하다면, 교사 한 명 한 명이 변화의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교사들의 상황과 학교의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교사들의 노력으로 변화는 시작될 수 있다.
멈춤 없이 흘러가는 삶 속에서
우리가 꼭 생각해야 할 것들을 말하다.
몸과 마음이 기억의 바람에 불안하게 흔들릴 때 저자는 "메멘토 모리"를 생각한다. 삶에 끝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는 것, 언젠가는 죽음을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삶을 좀 더 사랑하게 된다. 마치 명상하듯 옛일을 떠올리며, 한세월을 살다 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것이 오히려 새 힘을 준다. 그것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 교훈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통찰력과 지혜를 제공한다. 치열하게 달려온 시간을 돌아보며 새로운 시각을 얻기에는 삶의 속도가 자연스럽게 늦춰지는 중년의 시간이 가장 적당하다. 저자는 메멘토 모리, 멈춤, 변화, 느긋함을 생각하며 일상에서 실천하는 방법을 글쓰기로 삼았다.
가족과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 웃고 울고 함께 기뻐했던 아이들과의 일화들이 가슴속에서 이야기로 숙성되어 종이 위에 나타났다. 자신을 응원하고 사랑하는 일은 중년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었다. 자신을 이해하고 발견하기 위해 ‘나 자신’과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은 글쓰기였다. 자신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내면이 충만하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썼다.
저자는 글쓰기가 ‘나 자신을 가르치는 최고의 작업’이었다고 고백한다. 묻혀 있던 생각을 꺼내 살아 있다는 생명을 느끼는 일이었으며, 걸어가고 싶은 새 길이 발견되는 즐거운 시간이기도 했다.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잘 데리고 살아보려는 격려의 작업이었다. 이 책에는 자신을 다시 찾으려는 저자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