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고하지 않다, 베토벤 작곡에 이미자 노래 같은 것
일상의 소란 속에서 잠시 멈춰 서면, 비로소 보이는 찰나의 깨달음
작가는 행복이란 ‘퇴근하고 소주 한 잔 하는 것, 밥 먹고 담배 한 대 깊게 피우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어떤 것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상의 소란 속에서 잠시 멈춰 서면, 그제야 보이는 찰나의 순간을 성찰하도록 한다. 그러고는 그 순간 느낀 위안에 ‘행복’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다.
불교에서 육바라밀은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는 길’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초월의 경지로 가는 수행 방법이라고 하는데, 삶 자체가 어떤 경지에 이르는 수행 과정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문득 베토벤의 웅장한 연주를 들으며 이미자의 노래를 흥얼거린다면, 이것이 바로 어떤 경지에 이르는 순간이 아닐까. 뻘뻘뻘뻘 사방으로 도망치는 펄 밭의 칠게처럼 우리네 삶 역시 종잡을 수 없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만다. 그 가운데 누군가는 그냥 지나쳤을 소소한 일상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감칠맛 나는 문장이 빚어낸 기막힌 이야기로 다시 태어났다.
■무엇이 전해지는 순간, 무엇을 깨닫고자 하는
무지가 만들어낸 몸부림의 기록들
“도대체 깨달음은 무엇이고, 깨달은 자는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지? 가슴이 터져 버릴 것 같습니다.”
제자의 물음에 스승은 ‘정천각지 안횡비직 반래개구 수래합안’ 열여섯 글자로 ‘배고프면 먹고, 잠 오면 자는, 사람이 서 있는 모양’으로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그러고는 제자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하루의 어디에 서 있느냐?”
“밤에서 아침으로 가는 새벽에 서 있습니다.”
“그러면 새벽을 한 그릇 가져오너라.” 스승이 말한다.
작가는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통해 삶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현재와 미래 사이, 순간을 살며 영원을 좇는 인간은 발끝으로 서서 도달할 수 없는 것을 갈망하며 괴로워한다. 관념 속의 개가 짖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은 관념 속을 찾아오는 수많은 개로 근심한다. 새벽을 길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시간을 잡으려고 아등거린다.
‘인생은 한 조각의 꿈이려니, 그동안 살아온 삶이 세월 따라갔고 세월 속에 나도 따라갈 뿐이다. 맑은 바람 밝은 달 너무도 풍족하니 나그넷길 가볍고 즐겁구나. 달빛 긷는 한 겨울, 복사꽃이 나를 보고 웃는다’ 이두 스님의 말처럼 작가는 세월을 따라 흐르며 잠시 머물다 가는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도록 안내한다. 현대인의 고단함을 작가 특유의 비유와 은유로 풀어낸 글을 읽다 보면 무심하게 떠나보낸 일상의 순간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