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덕후, 2030 청년이 불편한 세상을 끌어안는 법
::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고 쓰고 그린 에세이
:: 낮엔 회사원, 밤엔 창작자
:: 인류애 바사삭한 날엔 쓰고 그립니다
사람을 미워하면 안 돼
미대 졸업 후 회사원 생활 6년차로 접어든 어느 날, 길에 멈춰 하늘 사진을 찍고 봄꽃 구경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 순간 머릿속에 경고등이 켜졌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텅 비고 무미건조한 사람이 됐을까.’ 어차피 ‘갓생’은 글렀고 ‘걍생’인데 미대생 시절처럼 낭만이라도 챙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이 글을 쓴 이유다. 그래서 내린 그 자신의 처방전은 ‘주변의 모든 것들을 귀여워해 보기’. 소위 ‘덕질’ 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 하지 않나, 뭘 해도 귀여워 보이면 끝이라고! 그러니까 이상한 거, 화나는 거, 불편한 거, 나랑 다른 거… 납득하기 어려웠던 세상의 모든 면을 일단 귀여워해 보기로 작정을 한 거다.
작고 하찮은 낭만들
귀엽게 보자고 작정하니, 도통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귀여운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느덧 저자는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의 판에 박힌 생활 속에서 어떻게든 세상의 귀여움을 찾아내려고 ‘새롭게’ 보고, ‘낯설게’ 보고, ‘재밌게’ 보아 가는 사람이 된다.
일상에서 찾아낸 귀여움의 소재는 다양하다. 비둘기 반상회를 지켜보는 엄마부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늙은 아내를 에스코트하는 할아버지의 손, 강아지를 산책시키며 한꺼번에 네 가지 일을 하고 있는 멀티 태스커, 식당에서 냅다 “아가씨”를 외치던 아저씨의 뜻밖의 선행, 한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새우깡으로 마지막 만찬을 즐기던 외국인의 행복한 표정까지…. 안개 속을 걷는 실체 없는 덩어리 같던 타인들은, 자세히 보니 저마다의 빛깔로 반짝이는 매일의 순간들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니 친절해야 하는 것이다.’ 그게 누구라도.
관찰의 즐거움
이런 관찰 글쓰기의 역설은 누구도 아닌 글쓴이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데 있다. 관찰자 모드로 주변을 탐색하다 자기 일상의 소소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게 된 저자는 특이점 하나를 발견한다. 평범한 도시 생활인의 무리에 끼어 주변을 호시탐탐 관찰하며 사소한 귀여운 것 하나라도 더 찾아내려 기를 쓰는 자신도 꽤 귀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이해해 보려던 작은 노력이 그 자신의 하찮음도 사랑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며 20대를 막 지난 나이, 이른바 ‘MZ 세대’다. 기성이 만들어 놓은 세상은 불편하고 납득이 안 되는 구석이 많지만 세상을 미워하고 등 돌리기보다 이해해 보려고 그다운 방식을 찾았다. 매일 쳇바퀴 돌 듯하는 사회인의 삶에 하찮은 낭만이 선사하는 웃음과 위안의 힘은 세다. 그런 멋진 것을 발견한 날이면 저자는 퇴근 후 밤의 창작자로 변신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이 책은 그 흔적의 모음으로, 저자는 3년째 한 주에 평균 1편 이상씩 웹 공간에 연재 글을 올리며 아마추어 에세이스트로 살았다. 이번이 첫 번째 책 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