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선주 작가는 호주, 네덜란드, 이탈리아, 브라질, 러시아, 싱가포르 등 여섯 개의 나라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그곳에서 만난 인연과 에피소드를 이 책에서 생생하게 풀어낸다. 글로벌 기업의 주재원으로서 세계를 무대로 뛰는 남편과 함께 해외 생활을 하면서 겪은 어려움과 보람, 남편에 대한 자부심, 가족과 이웃들을 대하는 마음을 작가는 솔직하게 술회한다. 언어와 문화의 차이 때문에 좌충우돌한 사연으로부터 낯선 환경에서 맞닥뜨려야 했던 절박한 위기 상황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해외 생활의 에피소드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아이와 함께 호주의 상점가를 구경하다가 갑작스러운 돌풍에 휩쓸려 공중으로 날아가는 사고가 일어났던 날, 그 아찔한 순간 발목을 잡고 끌어내려준 사람이 있었다. 경황 없는 와중에도 사례를 위해 연락처를 묻는 작가에게 그는 “My pleasure!”라고 대답한다.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움을 준 은인의 말을 작가는 평생 가슴에 새긴다. 이웃 주재원 가족들과 교류하며 도움을 주고받을 때도 “My pleasure”를 떠올리며 주위에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금선주 작가는 낯설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가족은 물론 주재원들과 협력하며 난관들을 지혜롭게 헤쳐왔다. 쉽지 않은 긴 해외 생활이었으나 그녀에게 모두가 기쁨이고 감사였음을 그녀는 “My pleasure”라는 말로 표현한다. 슬픔과 위기에서도 일상을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받아들이는 그녀의 이야기는 환하고 벅차게 다가온다.
■작품세계
금선주의 작품 세계에서는 주어진 환경에 적극적으로 적응하는 작가의 모습이 단연 돋보인다. 작가는 30년 동안 기업체의 해외 주재원 부인으로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의 삶은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차원이 달랐다. 작가가 영위했던 외국 생활은 언어와 문화와 역사 등이 한국과 큰 차이가 있어 현지에 적응하는 데 많은 애로를 겪었다. 그렇지만 작가는 가족은 물론 주재원들과의 공동체 의식으로 난관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갔다. 주재원들의 행복은 물론 회사의 발전과 국위 선양에 그 나름대로 기여한 것이다. (중략)
금선주 작가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자신의 환경을 끌어안는다. 자신과 다른 가치관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선입견으로 배척하기보다는 긍정하는 마음으로 관계를 맺는다. 마치 공자(孔子)가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스승이 될 만한 사람이 있다고 말씀한 것처럼 겸손한 자세로 배우며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한다. 때로는 어려움에 부딪혀 불안감이나 분노나 좌절감 등에 함몰되기도 하지만, 끝내 자신의 마음을 건져 올려 새롭게 출발한다. 하늘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고 사람답게 살아갈 만한 세상을 다른 이들과 함께 이루어가는 것이다. - 맹문재(문학평론가·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