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랑에 빠진 한실이 마음을 다 바친 책
《우리말 사랑 - 겨레 삶 내내 갈고 다듬은》, 한실, 얼레빗
우리말(배달말) 사랑에 푹 빠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경상북도 상주에서 〈푸른 누리〉라는 마음 닦기(명상)를 알려주고 있는 한실이다. 그가 이번에 얼레빗을 통해서 펴낸 《우리말 사랑》은 첫 장부터 지은이의 우리말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 우리는 날마다 우리말(배달말)을 쓰고 있으면서 남의 말(외래어)이라고는 와이프, 워딩, 쉴드... 같은 말뿐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지은이가 책에서 하나하나 짚어 주는 것을 읽어 내려갈라치면, 어머나 어머나... 같은 신음소리를 자신도 모르게 내뱉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을 쓰니까 한글로 쓴 한자말도 다 우리말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배곳(학교)에서 가르침이(교사)가 한글왜말(일본말)을 가르치고 나라에서도 한글왜말을 쓰고 책이란 책에는 다 한글왜말이 쓰여 있으니 누가 한글왜말을 우리말이 아니라고 여기겠는가?” 지은이는 이렇게 우리말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일본말(한글왜말)을 초등학교 때부터 가르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지은이는 〈국어 1-1에서 뽑은 말〉에서 국어는 배달말, 기본은 바탕, 준비는 마련, 순서는 차례 같은 말로 가르쳐야 하며, 〈국어 1-2에서 뽑은 말〉에서는 반은 모둠, 상태는 꼴, 채소는 남새, 색종이는 빛종이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 털어내기에서는 식당은 밥집, 조식은 아침밥, 식기는 밥그릇, 식대는 밥값과 같이 ‘식’자를 털어내고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털어내기”에는 ‘양’ 털어내기, ‘용’ 털어내기, ‘반’ 털어내기 따위가 있다. 듣고 보니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얼마나 많은 일본말(지은이는 이를 한글왜말이라 함), 일본말투 그리고 한자말을 쓰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우리말 속에 깊숙이 들어 있는 한글왜말과 한자말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날이 새면 우리도 모르게 들어와 있는 외래어 쓰임도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사실 지은이처럼 우리말 속 일본말 찌꺼기와 같은 것을 지적하는 책은 적잖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런 책들과 지은이 책이 다른 점은 대체어(바꿈말)를 알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단순한 바꿈말뿐이 아니라 그 속에는 알기 쉽고, 권위적이지 않으며 끊임없이 이웃과 나눔(소통) 하려는 마음이 오롯이 들어 있는 우리말 사랑 마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모두 세 갈래로 꾸며져 있는데 첫 갈래 우리말살이에서는 ‘우리말살이는 겨레와 나라를 바로 세우는 바탕이라는 관점에서 우리말살이가 무엇이고, 왜 우리말을 살려 써야 하는가? 따위 6꼭지가 있으며 이 밖에도 지은이가 나날살이에서 느꼈던 우리말살이의 종요로운 것들을 나긋나긋하게 들려주고 있다. 둘째 갈래는 배달겨레소리로 꾸며져 있으며, 지은이가 하고 있는 명상마을 〈푸른 누리〉 누리집에 틈틈이 써 모은 글들이 실려있다.
셋째 갈래에는 ‘우리말 바로 쓰기 모임’ 김정섭 님이 누리글월로 보내온 글 속에 있는 한자말을 지은이가 배달말로 조금 손본 글 한 꼭지와 우리글 사랑에 한뉘(평생)를 바친 이오덕 님 〈우리글 바로쓰기〉 (1,2,3)를 우리말 사랑에 몸마음을 바친 김수업 님의 〈우리 월 쓰기〉를 간추려 역시 배달말이 아닌 말을 골라 배달말로 지은이가 고쳐 쓴 글 한 꼭지가 실려있다. 지은이는 말한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말을 살려 써 갈 때가 되었다. 우리말이 놓인 ‘바람 앞 촛불’ 같은 매개(처지)를 아는 사람은 누구라도 우리말을 살려 써 가야 한다. ”라고 말이다. 무엇이 우리말이고 무엇이 우리말이 아닌지를 깨닫게 하는 책, 이 책이 ‘우리말이란 참으로 무엇인가’를 스스로 느끼게 하는 빛과 소금과 같은 구실을 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