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통과 아픔을 창조적인 사고로 승화하라!
청소년들이 왜 시를 읽어야 할까? 작가에게 삶의 고통은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재료가 되기도 한다. 그때 예술은 ‘하나의 기술’이 된다. “시인의 마음에 새겨진 삶의 아픈 무늬들이 시라는 하나의 예술을 탄생하게 하는 과정”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창조적인 마음을 가진 시인들의 생각의 궤적을 따라갈 때 우리도 인생의 역경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힌트를 얻게 된다. 특히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크고 작은 고민들을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다.
어떤 길도 곧게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으며 어떤 산도 오르막만 있는 것은 아니며, 오르고 내리는 길, 구불구불 이어지는 그 길에서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잠시 숨을 가다듬는 낮은 호흡이 잘 어울릴 때 우리는 계속 길을 걷는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정은귀, 『홀로 함께』에서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나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코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혼자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더 나누고, 더 모여야 합니다.” 그래서 시를 통해 함께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인생의 지혜를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비우고 가난해지는 일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채울 것이 너무 많은 십 대들에게, 비우는 일과 채우는 일, 비워야 할 것과 채워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시와 함께 해보고자 합니다.” 이는 저자 자신이 시를 통해 생생하게 경험한 것이기에 청소년들에게도 자신 있게 권하는 방식이다.
현실의 어떤 문제에 답을 구하기가 어렵고 막막한 어떤 날, 답답한 생각이 들 때는 늘 시를 찾아 읽고 시에서 답을 구하곤 했는데요. 대학 다닐 때 시집 살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지금은 사라진 종로서적 계단을 오르내리며 몇 시간씩 선 채로 시집을 읽고 있노라면, 삶의 어지러운 주름들이 단번에 펴지고 고민하고 있던 문제에 대한 답이 눈에 선연히 그려지는 신기한 눈뜸의 경험을 하곤 했지요.
-정은귀, 『홀로 함께』에서
저자에게 시는 우리가 “평소에 잊고 있던, 가리고 있던, 지나치고 있던 것들에 대한 ‘눈뜸’의 과정”이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사유를 향한 눈이 환히 열리는 경험”이다. 이러한 눈뜸은 현실의 누추함, 자신에 대한 실망, 실패의 좌절 등을 딛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동력이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한순간의 실수나 되돌릴 수 없는 후회들 때문에 과거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이때 시인은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피워내는 길을 이야기한다. 이것이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그네를 탈 때, 뒤로 미는 힘이 강할수록 앞으로 더 멀리 나아가지요? 그 원리를 생각해 보아요. 목적 있는 삶, 꿈이 있는 삶, 희망이 있는 삶이란 것은, 어떤 이유 때문에 우리가 잠시 목적과 멀어져도, 잠시 꿈과 떨어져 있어도, 희망보다 불안이 잠시 더 크게 다가오더라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이랍니다. 가슴에 품은 꿈, 희망, 목적을 어떤 방향타로 설정하여 선을 그어본다면, 중요한 것은 그 길 위에서 나아가는 일 자체이지 속도나 순위, 경쟁이 아니니까요. (…)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시작으로 선물처럼 오는 매 순간, 매일이 있으니, 그 하루 또 새로운 시작에 집중해 보도록 해요. 너무 추운 한겨울에는 우리가 느끼는 온도보다 땅 속 온도가 오히려 더 따뜻하다지요. 보이지 않는 그 온기를 믿고 우리, 숨을 깊게 쉬어보기로 해요.
-정은귀, 『홀로 함께』에서
인생길에 장애물이 없을 수 없다. 그러나 “흔들리는 일은, 그러니까 삶과 죽음 모두에 깃든 존재의 속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에게는 또한 어떤 사람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리고 “그 변모의 가능성이 가슴을 뛰게” 한다. 평생 시를 사랑하고 시를 번역하고 시를 가르쳐 온 정은귀 교수의 시 이야기를 통해 우리도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기보다는 앞으로 있을 가능성에 더 가슴이 뛰게 될 것이다.
이것 하나는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것도 그냥 사라지지는 않는다고요. 내가 노력한 시간, 고민한 흔적, 심지어 관계 안에서 받은 상처조차도 사라지지는 않고 내 안에 새겨집니다. 하지만 내가 헌신하고도 아무런 열매를 맺지 못한 듯 여겨지는 일조차도, 어딘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싹을 틔우고 있답니다.
-정은귀, 『홀로 함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