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고 따뜻한 물…욕조 안에 담그면…세상의 때가 벗겨지고, 세상의 소음이 고요하게 잠긴다…나에게 욕조는 모성의 상징이자 자아의 상징…모든 것을 품었던 태초의 사랑의 욕조는 탄생과 함께 박탈의 경험이 된다.”
-재생의 욕조, 104-105p-
책을 열어 작가를 만난다. 소중한 시간을 내어 한 자아가 격동하는 음성이 다소곳이 담긴 활자를 읽는다. 상처입고 분열되었던 한 예술가의 영혼의 부활의 순간을 함께한다.
페이지를 넘기면, 쪽마다 예술가의 영혼의 색이 묽게 풀어진 수채화 색체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맑은 물이 쪼르륵 흐르는 소리와 흥겨운 콧노래, 물에 잠긴 영혼의 온도와 향기를 느낀다.
작가의 영혼은 독자의 영혼과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가 쉼을 얻고, 고락의 먼지를 닦아내고, 상처를 치유하고, 태어난 모습 그대로의 아기, 우리 자신의 자아를 만나고자 한다.
치유를 너머 정신은 대지를 향한다. 치유된 마음은 육체의 활력, 정확한 숫자, 견고한 존재들로 형이상학적 정신을 단단한 대지 위로 굳세게 뿌리내린다.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현실과 싸워내며 삶을 이긴다.
작가는 작품과 부록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실제 삶과 상처를 드러내며, 그것을 글과 그림과 춤으로 승화시켜온 예술가의 걸음을 서술한다.
책 속에서 작가가 경험한 처절한 현실의 고통은 아름답고 부드러운 아기의 색과 맑은 물의 옷을 입고 형상화되며, 예술가의 자아는 자기 자신의 정신과 심리를 분석하는 가운데 글, 그림, 꿈, 춤을 통해 단정하게 정돈되고 중심을 잡고 창작활동에 온전히 몰입해 나간다.
예술가의 자아는 나로부터 타인으로 더 나아가 세계로 확장된다. 세계로 확장된 자아의 음성은 이렇게 책이 되어 더 넓은 세상에게 말을 건넨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용감하게 죽 어간 동료를 추모했다. 삶과 죽음이 합쳐진 모두가 아름다움이었다.”
-들어감, 14p-
죽음을 아는 영혼의 아름다운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