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았던 소중함을 발견하는 힘
이복희는 자신의 주변과, 기억의 생각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감정 등 지금 삶의 다양한 모습을 긍정적인 눈길로 드러낸다. 작지만 소중한 행복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어머니가 귀한 자식 앞에 내놓는 고봉밥처럼 꾹꾹 눌러 담았다.
“문득 된장찌개는 우리 ‘가족’과 같다는 상념에 잠긴다. 된장찌개의 맛을 좌우하는 된장은 우리 집의 안주인인 내가 아닐까.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아 담백한 맛을 내는 호박이 큰딸이다. 우리에게 아빠와 엄마라는 호칭을 처음으로 불러준 아이다. 호박이 들어 있지 않은 된장찌개는 뭔 맛이 나겠는가. 우리 집안의 양념이자 어느 자리에선 빠지면 섭섭한 기분이 드는 작은 딸이 파 같은 존재이다. 감칠맛 나는 재료의 맛을 다 아우르는 두부가 아들 녀석이다. 이 모든 맛을 한 곳에 담아낼 그릇인 뚝배기가 남편이다. 세 아이와 나의 든든한 후원자이며 늘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그에게 담겨 우리 가족은 맛난 된장찌개로 거듭난다. 그리고 서로에게 살맛이 되어 준다.
오늘도 된장찌개는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고 있다.”
-「된장찌개」 중에서
문장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우리말은 『내성천에는 은어도 별이 된다』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메떨어지다, 곁두리, 되똑하다, 자깝스럽다, 울가망하다, 한뉘, 바장거리다, 개신개신, 두남두다, 울가망하다, 데퉁스럽다…… 이처럼 귀한 우리말을 통해 독자들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모성적 시선으로 그려내 우리네 삶
이복희가 글쓰기에 처음 눈을 뜬 것은 단발머리 소녀시절이었다. 초등학교 특별활동시간에 ‘자유교양반’이 있었다. 책이 귀했던 시절, 처음으로 자신만의 책을 갖게 되었다. 친구들과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면서 가슴속에 글쓰기 씨앗을 몰래 품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일상에 쫓겨 글쓰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던졌다.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을 찾고 싶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글쓰기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작가에게 글쓰기는 자신의 뼈를 깎고 살을 갈아서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렇게 탄생한 작가의 분신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새로운 세상을 간접 체험하게 된다.
『내성천에는 은어도 별이 된다』에는 이복희 특유의 모성적 시선으로 그려낸 우리 주변의 평범하지만 따듯한 삶의 모습들이 담겨 있다. 그 모습들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주변을 다시금 돌아보고 내일을 향해 나아갈 희망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