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가장 위대한 소설.”-윌리엄 서머싯 몸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이 있다.”-앙드레 모루아
이미지로 재해석한 위대한 고전의 세계
〈마들렌〉은 맛이나 냄새 등을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설명하는 ‘마들렌 효과’ 혹은 ‘프루스트 현상’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을 만큼 유명한 에피소드로, 어느 겨울날 추위에 떨다 집에 돌아온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먹는 순간 느낀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쁨과 그로 인해 연쇄적으로 떠오른 어린 시절 콩브레에서의 추억을 그린다. 그는 과자 조각이 녹아 있는 차 한 모금을 통해 오랫동안 자신의 기억 밖에 내던져져 있던 시간과 장소들을 떠올리는데, 이와 관련된 경험들을 단순히 소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본질에 대한 숙고, 질문으로까지 나아간다.
이 기쁨은 사랑이 그러하듯 나를 귀중한 본질로 채우면서 인생의 고락에 무심해지고, 삶의 고난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였다. 나는 더 이상 내가 보잘것없거나 하찮거나 죽음의 운명에 놓인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강렬한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그 기쁨이 차와 과자의 맛과 관련 있다고 느꼈지만, 그 맛을 훨씬 뛰어넘었으니 맛과는 다른 성질의 것이리라 생각했다. 그 기쁨은 어디서 온 것인가?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이 책에서는 두 번째 에피소드로 소개되었지만 프루스트의 원작에서는 도입부에 나오는 〈잠자리의 비극〉에서는 어머니에게 남다른 애착을 느꼈던 탓에 어머니와 떨어져 잠들어야 하는 순간 느끼던 어린 주인공의 좌절과 상실감이 그려진다. 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구성하는 주요한 장소와 사람들에 얽힌 행복한 추억,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우면서도 고통스러운 순간을 비비드한 컬러로 묘사한 다른 두 장과 달리 이 장에서는 검은색이 주색으로 사용돼 병약한 소년의 불안과 억눌린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세 번째 에피소드인 〈질베르트〉에서는 우연히 질베르트라는 소녀를 만나는 순간 첫눈에 사랑에 빠지는 사춘기 소년의 내면을 그린다. 주인공은 질베르트의 어머니가 딸을 부르면서 소녀의 이름을 알게 되는데, 그 순간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는 불확실한 이미지에 불과했던 질베르트라는 이름이 그렇게, 이제 막 한 명의 사람이 되어 언젠가는 그를 되찾게 해줄 부적처럼 내 곁을 지나갔다. 재스민과 비단향꽃무 위로 발음된 그 이름이 초록색 분무기가 뿜어내는 물방울처럼 날카롭고 상쾌하게 내 곁을 지나갔다.
하지만 주인공은 소녀를 사랑하는 동시에 그녀로 인해 고통을 느낀다. 그녀의 사랑을 바라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고 싶어 하는 이율배반적인 마음에 사로잡힌다. 베티 본은 단순한 선과 면, 강렬한 원색의 도형을 이용해, 모호한 눈빛과 표정으로 소년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소녀와 사랑에 빠져 설명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감정으로 가득한 소년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알마 이미지극장, 그 두 번째 이야기
《프루스트의 마들렌》은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 시리즈로 ‘이미지로 쌓아올린 미지의 세계’라는 콘셉트로 선보이는 알마 이미지 극장Imago Theatrum의 두 번째 책이다.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자 헝가리 최고의 국민 시인 페퇴피 샨도르의 서사시를 처코 페렌츠의 샌드 아트로 형상화한 《용사 야노시》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를 보여주는 《프루스트의 마들렌》. 작품에 쏟아진 셀 수 없을 정도의 상찬만큼이나 독자들에게 무수한 좌절을 안겨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그림책으로 구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베티 본은 다채로운 색상, 독특한 그래픽 스타일의 그림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최고의 역작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마법을 선사한다. 그리고 ‘읽는 행위가 안겨주는 기쁨’을 ‘보는 기쁨’으로 훌륭하게 치환함으로써 프루스트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한다. 이제, 작가가 자신만의 이미지로 쌓아올린 프루스트의 세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