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시선으로 나를 보기
인도를 바라보는 저자 시선은 복잡해 보인다. 애증이 공존하지만, 그러나 인도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큰 것은 분명하다. 인도에 대한 여행자들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린다고 한다. 그런데 여섯 번이나 인도를 여행했다! 싫으면 그렇게 여러 번 갔을 리 없다.
저자가 하는 여행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떠난 곳에 두고 온 ‘나’의 일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저자 스스로 고백했듯이 만족스러운 삶을 살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타인 시선으로 일상을 돌아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자신을 정화하고, 쌓인 업을 하나씩 허물고 싶어 한다. 그런 의식을 치르기에 적절한 장소가 인도라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바라나시 가트에 앉아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것도 멋진 일이다. 살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은 시점이 되었으니 버리고 지우는 일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
저자는 인도에서 마지막 저녁을 즐기며 자신이 경험한 여행을 스스로 평가한다.
“오랜만에 차가운 맥주가 목젖을 타고 넘어 온몸으로 퍼지는 싸한 기분이 그만입니다. 비록 혼자지만 내 배낭여행을 마무리 짓는 마지막 만찬을 이렇게 즐깁니다. 그리 많은 나라들을 다니지 못했고, 깊이 있는 여행이었다고 평가할 수도 없고, 어떤 목적을 정하고 지향점에 맞춰 돌아다닌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과 교류를 이어가거나 이질적인 문화의 이해도를 크게 높이지도 못했습니다. 그저 슬렁슬렁 겉만 훑고 다닌 게으른 여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여행은 나에게 익숙한 환경과 사람들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라는 개체에 대해 침잠(沈潛)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주 미약하고 보잘것없는 하찮은 존재지만, 그러면서도 유일하다는 것을, ‘나’뿐만 아니라 다른 ‘나’ 누구도 다 그렇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존재 가치는 다를지라도 유일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특별합니다. 그 특별한 존재가 선한 가치로 빛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라 믿습니다.”
- p.262, 〈인도에 머무는 마지막 날〉
저자는 남은 시간, 손잡고 걸으며 멋진 산수와,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시간을 아내와 공유하는 여행을 소망하고 있다니, 이제야 겨우 철들 나이가 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