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간결하며 서정적인 언어로 스며드는 마음 처방전
저자가 이 책을 쓴 데는 그녀의 아버지가 크나큰 동기를 부여했다. 저자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는 침술로 사람들의 병을 고쳤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난 후 봄부터 가을까지는 공사장에서 미장공으로, 겨울에는 온돌방의 연탄보일러를 수리하며 생계를 꾸려갔다.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묵묵히 지켜봤던 저자는 아버지를 이렇게 표현했다.
“몸에 찾아온 온갖 병 죄다 지극정성으로 고쳐주시고 공치사 한 번 하지 않으셨던 아버지. 그 가르침을 따라 저도 마음에 깃든 아픔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분들에게 제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울 아부지 닮으려, 울 아부지 그 길 따라가려 부끄럽지만 용쓰고 또 용쓰는 마음 미장공입니다.”
그녀가 ‘마음 미장공’이 된 이유다. 저자는 아버지의 마음을 따라 지금까지 배운 재주로 마음 치유, 분노 조절, 감정 관리를 강의하며 낯선 사람들의 마음에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동안의 상담과 강의로 쌓은 내공을 꾹꾹 눌러 담아 마음속에 상처와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을 위로한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듯 변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며 그들의 마음속에 촉촉이 스며든다. 때로는 쉽고 간결하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재기 발랄한 언어들로, 때로는 가슴을 파고드는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언어들로 상처받은 우리 마음에 툭툭 작은 파문을 일으킨다.
마음 미장공이 전하는 우리들의 맘, 몸, 말 이야기
이 책에서 저자의 처방전은 단순하지만 명쾌하다. 맘을 바꾸려면 몸을 바꿔야 하고, 몸을 바꾸려면 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맘, 몸, 말을 각기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삼위일체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살기(殺氣)와 독기(毒氣)를 띤 말 한마디로 몸이 병들고, 마음에 깊은 생채기가 난 적 있습니까? 우리 몸과 마음은 온갖 상처와 고통, 분노가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그런 만큼 몸에 생긴 병, 마음에 새겨진 병은 치료하기가 엄청 힘듭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고, 자기에게 맞는 병원과 의료진을 찾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과 맘과 말이 하나라는 인식에 동의한다면 변화는 가능해집니다. 몸과 마음, 정신과 육체, 즉 심신(心身)을 하나로 보는 개념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트라우마(τραῦμα, trauma)’와 밀접합니다. 트라우마는 전쟁에서 입은 커다란 타격이나 패배, 몸에 난 심한 상처와 손상을 말하는 것으로, 몸이든 마음이든 사람이 ‘다친 것’을 의미합니다. 심신을 구별하여 생각하지 않는 것은 동양적 사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몸과 맘과 말은 하나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마음 미장공’이 되어 몸과 마음에 새겨진 상처와 분노에 처방전을 드리고 싶습니다. 몸과 맘에 깃든 상처와 분노를 치유할 수 있는 첫걸음은 말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공짜 처방전을 함께 나누면서 서로 살리고 귀히 여기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을 제안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유쾌한 역발상과 긍정적인 시각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보자.
독일의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폴 틸리히는 혼자 있음을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혼자 있는 고통이 ‘외로움(loneliness)’이라면, 스스로 택한 혼자됨의 즐거움이 ‘고독(solitude)’이라고 말입니다. 외로움은 상실 에서 비롯되기에 필연적으로 빈 가슴이 됩니다. 친구나, 연인, 팬, 지지자 등 잃어버린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고 비어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내가 타인을 필요로 하는데도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한 소외가 외로움이라면, 고독은 타인과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홀로 두는 주체적이고 긍정적인 감정입니다. 내가 원해서 확보한 시간을 내 의지로 채우는 즐거움이 고독입니다. 자기가 원하는 상태인지, 즉 ‘자발적’인지 ‘아닌지’가 외로움과 고독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결국, 외로움은 피할 수 없다면 고독으로 즐겨야 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사람은 힘들면 환경을 탓하고, 남을 탓하고, 심지어 가족이나 조상 탓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이렇게 누군가를 원망하고 탓하며 끌려다니는 삶에서 벗어나 당당히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지름길로 안내한다. 아울러 내면 깊숙이 자리한 상처를 보듬어 주는 온기 가득한 책으로 내 삶에 새로운 힘을 주는 마중물이 되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