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로 돌아보는
경산의 종로, 서상길
서상길은 경산읍성과 남천 사이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도로다. 읍성의 서문인 진옥루에서 서쪽으로 30m 정도에 위치한 서상길은 경산의 원도심 중심도로답게 대구와 청도를 잇는 국도 25호선이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국도는 경안로로, 다시 현재의 국도인 남매로로 동진했지만 서상길은 여전히 경산 사람들에게 마음의 신작로로 남아 있다.
느긋하게 걸으면 10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이 거리에는 지금은 사라진 등기소와 시법원, 경산경찰서와 경산읍사무소, 경산군농촌지도소, 안전탕, 합동양조장과 연두부, 중앙이용원, 경일백화점, 우진솜공장, 종가집, 강남제재소, 경산양조장이 도로 좌우로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행정중심지이자 상업중심지로 경산의 근현대 역사를 이끌어온 서상길은 도시의 팽창과 더불어 점차 쇠락했다.
여전히 산재한 근대가옥과 골목, 고목, 성돌 등의 역사문화자산에서 서상길 르네상스의 가능성을 본 최승호 경산신문사 대표는 그림책으로 마을을 살리고자 경산의 역사를 담은 서상길 창작그림책을 엮었다. 어반스케치 회원과 중학생, 그들의 부모와 35년 만에 귀국한 외국인, 캣맘이 모여 서상길을 그리고 글을 썼다.
1부 ‘어반스케치로 떠나다’는 어반스케치 회원들의 그림과 글로 이루어져 있다. 수준 높은 스케치에 담긴 서상길 풍경이 생생하다. 목욕요금이 15원, 이발요금이 당시 짜장면 두 그릇 값인 70원이던 시절을 곱씹으며 안전탕과 중앙이용원, 경일백화점, 철공소방앗간 등을 묘사하였다. 근대건축물 외에도 사라진 경산읍성 성돌의 흔적을 쫓고 골목 사이 풍경과 나무, 절을 종이 위에 옮겼다.
2부 ‘서상길 길냥이 스토리’는 길냥이의 시선으로 서상길 골목 구석구석을 보여주며, 3부 ‘중학생, 와국인이 본 서상길’에서는 중학생들과 35년 만에 귀국한 외국인이 주체가 되어 서상길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나간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새 옷을 입은 서상길은 전통가옥, 돌담과 고목이 카페, 서점 등과 어우러지며 청년문화마을로 발돋움했다. 『스케치로 떠나는 서상길』은 경산에 발붙이고 사는 주민들의 자긍심이 되고, 서상길을 살리는 불쏘시개가 되기 위해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경산의 과거와 현재를 정리한 그림책이다. 스케치와 함께 돌아본 서상길에는 풍부한 역사문화자산과 그 사이 담긴 이야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