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줄거리)
횟집 도마에 누워 죽음을 앞두고 있던 물고기 한 마리가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자각하고 도마에서 뛰어내린다. 하지만 기껏 도달한 곳은 주방 바닥이다. 주방 싱크대 아래 숨어있던 집쥐의 도움을 받아 지느러미와 살이 찢어지는 고통을 참고 하수구 구멍을 통과한 물고기가 우여곡절 끝에 시궁창에 도착하고 바다로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된다.
시궁창에서 새를 만나고, 새의 도움으로 바다로 향하다 하늘에서 떨어져 나뭇가지에 걸린다. 아가미가 찔린 채 절망하고 있을 때 빗줄기에 의지해 위기에서 벗어난 물고기가 저수지에 도착하고, 생전 처음 보는 먹이를 덥석 물었다가 낚시꾼의 바늘에 걸린다.
이 시점에서 작품 속 또 다른 자아인 ‘나’가 등장해 장면이 전환된다. 낚싯대를 드리운 채 ‘뭔가 잡을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애초에 물고기가 있을 거란 기대도 없이 멍하니 앉아 있’는 ‘나’는 ‘물고기’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병상련, 물고기의 사연을 전해 들은 ‘나’는 상처투성인 물고기를 봉지에 담아 바다로 향한다.
‘N포 세대’의 아이콘 중식이 밴드-
중식이 밴드는 2014년 한국인디뮤지션대상 금상, 전국오월창작가요제 은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후 2015년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7에 출전해 Top4에 오르며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보컬 정중식의 이름을 딴 ‘중식이 밴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소 코믹하게, 그러나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그리면서 젊은이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고, 빠르게 팬층을 확보해 나갔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 서민의 애환을 노래하는 중식이 밴드가 젊은 세대, 이른바 ‘N포 세대’의 공감과 지지를 받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컨대, 밴드의 초기 대표곡 중 하나인 〈아기를 낳고 싶다니〉는, 젊은 세대의 비혼주의와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사실 이 시대의 청년들은 결혼하고 싶고 아이도 낳아 잘 키우고 싶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씁쓸한 현실을 노래한다.
아기를 낳고 나면 그 애가 밥만 먹냐?
계산을 좀 해봐.
너랑 나 지금도 먹고살기 힘들어.
너 개도 못 키우면서
주제에 우리가 무슨 누굴 키우냐.
-〈아기를 낳고 싶다니〉 부분
중식이 밴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 음악은 극사실주의다. 누군가에게는 노골적 가사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숨기지 않는다”라며 “재미있는 밴드로 기억되고 싶다. 개그콘서트나 신문만평같이 우리 사회의 불편하거나 아픈 소재들을 한 번 더 상기시키되 그래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그런 공연을 하는 밴드로 남고 싶다.”라고 음악적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