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으로써 가장 나답게 살기를 꿈꾸는
춤꾼 이유나가 말하는 춤과 삶
우리는 모두 도인이다. 이상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세상에 도인이 아닌 사람은 없다. 국밥을 파는 할머니는 맛있는 국밥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준다. 이 국밥은 할머니의 도다. 정육점 주인은 고기를 썰어서 세상에 공급한다. 고기를 다듬어 파는 일은 정육점 주인의 도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각자의 도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며, 그 도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 하여 세상 사람들 모두는 모두를 품고 사는 도인이며, 사는 것 자체가 바로 도의 실천이다.
저자는 “나의 춤은 나만의 도”라고 말한다. 주변의 반대도, 급작스레 찾아온 병마와 스승의 죽음도 춤을 향한 저자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춤추지 못할 때 삶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시련은 춤을 추고 싶다는 욕망을 부채질할 뿐이었다. 춤을 추고자 하는 열망으로 마침내 병마마저 물리친 저자는 춤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본성이고, ‘참나[我]’이며, 전부임을 깨닫는다. 나아가 세상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춤으로써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세상에 이로움을 주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저자는 자연스레 한 가지 의문에 천착했다. 나는 왜 춤을 추는가. 이 책은 이 물음에 대한 오랜 고민의 결과물이다.
나만의 소를 찾는다
십우도를 따라가는 행복의 길
나는 왜 춤을 추는가. 이 물음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춤’을 분명히 정의해야 한다. 춤이란 무엇일까. 대체 춤이 무엇이기에 나를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며, 나를 이토록 사로잡는가. 저자는 동서고금의 책에서 춤에 관한 기록을 살핀다. 춤의 어원, 기원, 역사 등을 돌아보며, 춤의 본질과 그 의미를 파헤친다. 거기에 실제로 춤을 배우고, 춤을 추는 본인의 경험까지 덧붙이며 춤에 관한 방대한 사유를 풀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춤을 대하는 저자의 열정과 춤에 관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저자는 자신의 춤 인생을 불교의 ‘십우도(十牛圖)’에 빗댄다. 십우도는 소를 잃어버린 동자가 소를 찾아 길들여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10개의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는 곧 깨달음의 길을 비유한다. 심우(尋牛), 견적(見跡), 견우(見牛), 득우(得牛), 목우(牧牛), 기우귀가(騎牛歸家), 망우존인(忘牛存人), 인우구망(人牛俱忘), 반본환원(返本還源), 입전수수(入廛垂手)로 이어지는 십우도의 긴 여정은 저자가 춤으로써 헤쳐온 치열한 삶과 절묘하게 들어맞는다. 동자의 깨달음의 수단이 소라면, 저자의 그것은 춤이었다. 입전수수에 다다른 저자가 깨달은바 춤은 곧 생명, 본성, 사랑과 다름없었다. 자기 삶의 현장에서 ‘나답게’ 사는 것이 행복이었다. 춤을 추고, 춤을 알리고, 춤을 가르치며 춤 속에 사는 것. 내가 바로 춤 자체이기에 춤추는 것이었다. 십우도를 따라가는 저자의 인생 역정은 우리에게 나의 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나답게 살 수 있는지, 행복이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편 책에는 십우도의 소를 꽃으로 표현한 저자의 그림 ‘심화도(尋花圖)’도 실려있다. 또한 저자가 한국무용을 토대로 만든 춤 체조인 ‘몸 다스림’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그림에서 잠시 눈을 쉬고, 몸 다스림으로 몸을 풀어주어도 좋을 것이다.